발길 닿는 대로

섬진강 봄물 따라

#경린 2012. 4. 16. 11:10

 




산에는 꽃이 피네 / 법정스님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바세계라고 한다. 사바세계가 무슨 뜻인가. 그것은 산스크리트어에서 온 것으로, 우리말로 하자면 참고 견뎌 나가는 세상이란 뜻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참는 땅'이라는 것이다.

 




참고 견디면서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거기에 삶의 묘미가 있다. 모든 것이 우리 뜻대로 된다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게 되면 삶의 묘미는 사라진다.

 




저마다 자기 나름대로의 꽃이 있다. 다 꽃씨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옛 성인이 말했듯이, 역경을 이겨 내지 못하면 그 꽃을 피울 수가 없다.

 




하나의 씨앗이 움트기 위해서는 흙 속에 묻혀서 참고 견디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바세계, 참고 견디는 세계라는 것이다.

 




여기에 감추어진 삶의 묘미가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사바세계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기억하기 바란다. 극락도 지옥도 아닌 사바세계, 참고 견딜 만한 세상, 여기에 삶의 묘미가 있다.

 




인간의 행복은 큰 데 있지 않다.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조그만데 있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자작나무의 잎에도 행복을 깃들어 있고, 벼랑 위에 피어 있는 한 무더기 진달래꽃을 통해서도 하루의 일용할 정신적인 양식을 얻을 수 있다.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 속에 행복의 씨앗이 들어 있다. 빈 마음으로 그걸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기약할 수 없는 것이다. 내일 일을 누가 아는가. 이다음 순간을 누가 아는가. 순간순간을 꽃처럼 새롭게 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매 순간을 자기 영혼을 가꾸는 일에, 자기 영혼을 맑히는 일에 쓸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은 나이를 먹어 가면서 시들고 쭈그러든다. 내 글만 읽고 나를 현품대조 하러 온 사람들이 가끔 깜짝 놀란다. 법정 스님하면 잘 생기고 싱싱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별 볼 것 없고 바짝 마르고 쭈글쭈글하니 실망의 기색이 역력하다. 그때마다 나는 속으로 미안해한다.

 




거죽은 언젠가 늙고 허물어진다. 늘 새 차일 수가 없다. 끌고 다니다 보면 고장도 나고 쥐어박아서 찌그러들기도 한다. 육신을 오십년, 육십 년 끌고다니다 보면 폐차 직적까지 도달한다. 거죽은 언젠가는 허물어진다. 생로병사 하고 생주이별生住異滅 한다.

 




그러나 보라, 중심은 늘 새롭다. 영혼에 나이가 있는가. 영혼에는 나이가 없다. 영혼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그런 빛이다.

 




어떻게 늙는가가 중요하다. 자기 인생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중요하다. 거죽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중심은 늘 새롭다. 거죽에서 살지 않고 중심에서 사는 사람은 어떤 세월 속에서도 시들거나 허물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전 존재를 기울여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이다음에는 더 많은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다. 이다음 순간은 지금 이 순간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사람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서 피어난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지 시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만남은 시절인연이 와야 이루어진다고 선가에서는 말한다. 그 이전에 만날 수 있는 씨앗이나 요인은 다 갖추어져 있었지만 시절이 맞지 않으면 만나지 못한다. 만날 수 있는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가 시절인연이 와서 비로소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만남이란 일종의 자기 분신을 만나는 것이다. 종교적인 생각이나 빛깔을 넘어서 마음과 마음이 접촉될 때 하나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우주 자체가 하나의 마음이다. 마음이 열리면 사람과 세상과의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읽는 이의 마음속에 한 송이 꽃을 피워내는 법정 스님글을 엮은 <산에는 꽃이 피네>에서 옮겨 옴 그대의 마음에도 꽃이 피는가.......

 




섬진강11 / 김용택 -다시 설레는 봄날에 당신, 당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곱게 지켜 곱게 바치는 땅의 순결, 그 설레이는 가슴 보드라운 떨림으로 쓰러지며 껴안을, 내 몸 처음 열어 골고루 적셔 채워줄 당신. 혁명이 아침같아, 산굽이 돌아오며 아침 여는 저기 저 물굽이같이 부드러운 힘으로 굽이치며 잠든 세상 깨우는 먼동 트는 새벽빛 그 서늘한 물빛 고운 물살로 유유히. 당신, 당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섬진강 봄물 따라 / 경린 싱그러운 풀꽃의 바람 바라보는 곳 마다 봄꽃천지 나 오기만 기다렸다는 듯 향기로 맞이 하던 매화 청정한 산그림자를 그려내며 한없이 말을 걸어오던 반짝이는 잔물결 그리운 풀잎에 마음 기대며 풀씨 하나 심어 두고 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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