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찔레꽃 받아들던 날 / 김용택

#경린 2012. 5. 27. 21:17

 

 

 




찔레꽃 받아들던 날 / 김용택 오월의 숲에 갔었네 나뭇잎과 나뭇잎 사이로 숲속을 찾아드는 햇살은 아기 단풍잎에 떨어져 빛나고 새들은 이 나무 저 가지로 날며 울었네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들이 천천히 흔들리고 우리도 따라 나무처럼 흔들리며 마음이 스치곤 했네 아주 작은 자갈돌들이 뒹구는 숲속의 하얀 오솔길 길섶의 보드라운 풀잎들이 우리들을 건드리며 간지럽히고 나는 난생 처음 사랑의 감미로움에 젖었다네 새로 피어나는 나뭇잎처럼 옷깃이 스치고 풀잎처럼 어깨가 닿고 꽃잎처럼 손길이 닿을 때 우리는 우리도 몰래 손이 잡히었다네 아, 숨이 뚝 멎고 빙그르르 세상이 돌 때 다람쥐 한 마리가 얼른 길을 질러가네 따사롭게 젖어 퍼지는 세상의 온기여 새로 열리는 숲이여 새로 태어나는 사랑이여 서로 섞이는 숨결이여 여기는 어디인가 숲은 끝이 없고 길 또한 아름다워라 우리들의 사랑 또한 그러하리 걷다가, 처음 손잡고 걷다가 한 무더기 하얀 꽃 앞에서 당신은 나에게 꽃 따주며 웃었네 하얀 찔레꽃 오월의 숲에 갔었네 그 숲에 가서 나는 숲 가득 퍼지는 사랑의 빛으로 내 가슴 가득 채웠다네 찔레꽃 받아든 날의 사랑이여 이 세상 끝없는 사랑의 날들이여! 바람 불고 눈 내려도 우리들의 숲엔 잎 지는 날 없으리.

 



겨울 주남지를 찾았던 철새들 모두 떠나고 미사일 같았던 카메라를 들고 포진했던 진사님들도 떠나고...... 허허롭기만 하던 주남지에도 봄이 오고 초록이들이 쑥쑥 자라 화려한 여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못 가장자리 마름들도 잎을 조금 내 놓았다 녹음이 짙어가면 마름의 잎도 마름모로 쑥 자라 저 작은 물고기들의 은신처가 되어 주겠지....

 




주남지에서 찍어온 찔레꽃 스치듯 지나치지 못하도록 향기로 발길을 잡았던 그 모습 절로 미소가 번졌다. 찔레꽃 시를 찾아보니 많기도 많고 대부분의 내용들이 슬프고 애절한 내용이 또한 많았다. 왜 그럴까? 하얀 속곳 같이 희디 흰 여린 꽃잎 때문일까? 찔레순 꺾어 먹던 유년의 향수 때문일까? 아련한 첫사랑의 청순함 같은 향기 때문일까? 기다림의, 그리움의 화신이 가시로 돋았음일까?

 



찔레꽃 / 류종호 이 땅의 외지고 외진 산비탈 돌틈을 비집고 하얀 소복차림으로 눈익어 오는 것들 벌 나비 짝해 데불고 달디단 입맞춤으로 젖으며 보잘것없는 사랑의 시대 맑게 깨우치는 것들 세상엔 아직도 한 무리의 사랑이 저렇게 펄펄 살아서 짬도 없이 허리 굽힌 하루를 선들바람으로 토닥이는구나 사람아 사랑은 이렇게 가난한 자의 땅에도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오나니 내 사랑을 익히지 않고는 저렇게 펄펄 살아보지 않고는 떠나지 못하겠구나, 죽지 못하겠구나.

 




나뭇잎 사이를 찾아 내려 앉은 햇살이 해실해실 말을 걸어오던 5월 숲의 고갯길 모퉁이 마다 피어 있던 하얀 찔레꽃 서로의 사랑을 받아 내었던 상큼한 하얀 꽃잎의 미소 서로의 맘이 스쳐내는 그윽한 찔레꽃 향기 아름다웠던 그 길의 찔레꽃 꽃잎 마다 피어났던 당신의 향기




주남지의 하얀갈대 멀리서 보면 때아닌 하얀 눈이 내려 앉은 듯도 하고 굵은 소금을 뿌린 듯 메밀꽃이 핀듯도 하다. 가까이 가서야 오잉... 꽃도 아니고 눈도 아니고...하얀 갈대^^ 주남지 물고기 노니는 놀이터 위로 하얀 찔레꽃잎 흩어지고 연꽃들 종류별로 피어나면 철새들 따라 가셨던 진사님들 미사일같은 카메라 이고 지고 다시 오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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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들의 기특한 생명력 주차장 바닥의 그림판 그 틈새의 흙에 토끼풀 씨앗이 날라 들어가 뿌리를 내리고 꽃까지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