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여름엽서 / 이외수

#경린 2012. 7. 21. 21:23

 




여름엽서 / 이외수 오늘같은 날은 문득 사는 일이 별스럽지 않구나 우리는 까닭도 없이 싸우고만 살아왔네 그 동안 하늘 가득 별들이 깔리고 물 소리 저만 혼자 자욱한 밤 깊이 생각지 않아도 나는 외롭거니 그믐밤에도 더욱 외롭거니 우리가 비록 물 마른 개울가에 달맞이꽃으로 혼자 피어도 사실은 혼자이지 않았음을 오늘 같은 날은 알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 그대 엽서 한 장을 나는 읽노라 사랑이란 저울로도 자로도 잴 수 없는 손바닥 만한 엽서 한장 그 속에 보고 싶다는 말 한 마디 말 한 마디만으로도 내 뼛속 가득 떠오르는 해

 




헉헉 숨차게 걷고 뛰어오다 가만 뒤돌아 보면 사는 것이 참 별스럽지 않음에 나의 아웅다웅이 멋적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래도 사랑은 보고픔은 그리움은 그것은 별스럽게도 느껴지는 요즘이기도 하다.^^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자신의 뼈 속까지 환해지는 믿음과 사랑 그런사랑이라면 당근 별스럽지 않은가.... 아직 장마속이긴 한 듯한데 그 와중에 초복도 지나고 며칠 완전 푹푹 찌는 더위 천둥번개 치고 비가 마구 퍼부어도 폭염으로 짜증이 나고 뚜껑이 열려도 그 별스러움은 늘 환한 웃음을 주나니....^^

 




사랑은 / 이외수 하고 있는 순간에도 하지 않은 순간에도 언제나 눈물겹다 사랑은 부끄럽지 않은 것 흐르는 시간 앞에 후회하지 않는 것 험난한 일이 앞에 닥쳐도 두렵지 않는 것 창피하지 않는 것 몇날 며칠을 굶어도 배고프지 않는 것 막연히 기대하지 않는 것 서로 간에 자존심의 빌딩을 쌓지 않는 것 허물없이 모든 걸 말할 수 있는 것 가랑비처럼 내 옷을 서서히 적시는 것 온 세상을 아름답게 간직하게 해주는 것 어두운 곳에서도 은은하게 밝은 빛을 내 주는 것 삶의 희망과 빛을 스며들게 하는 것 그래서 밤 하늘에 기대하지 않았던 별이 내 앞에 떨어지는 것처럼 기다리지 않아도 생각하지 않아도 무심결에 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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