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노란국화와 벽화가 있는 돋움볕마을과 성밟기를 하면 무병장수 한다는 고창읍성

#경린 2012. 11. 18. 21:14

 



돋움볕마을에 가까워오니 지붕이며 벽이며 여느 마을과는 다른것이 멀리서도 이곳이 돋움볕 마을이구나 하는 걸 알수 있었습니다. 곱게 그림이 그려져 있는 아담한 마을에 햇살이 가득 든 모습

 



지붕에도 벽에도 들에도 언덕에도 노란국화꽃이 피어 추수를 마친 빈 들녘의 허전함을 지나 코끝으로 먼저 달려와 안겼습니다. 국화향과 그 이름처럼 따사로운 정겨운 풍경이 잘 어울리는 마을

 



그 집의 주인을 담에 그려 넣었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기의 인물을 벽화로 그려 넣은 집...... 절대 이사는 가면 안 되겠다..아니 못 가겠다하는 생각이....^^

 



서정주 선생님의 묘소가 있는 마을 뒷편의 국화 동산 국화가 조금씩 시들어가면서 아쉬운 향을 뿜어 내는 동산길을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니 따사롭고 평화로운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생가(외가)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잠드신 서정주님은 행복하시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들어 고향 가 살고 싶지만 고향 위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어 고향마을 건너 뵈는 나룻가에 와 멀리서 바라만보고 되돌아 가셨다니 언제나 그리웠던 곳이 아니겠는지요.

 



미당에 대한 역사적 판단이나 삶에 대한 평가 그러한 것들을 떠나 그냥 국화와 가을바람을 따라 가벼이 걷는 길 그것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길..그 길 자체가 좋았습니다. 서정주님의 '국화옆에서' 친필이 새겨진 비 앞에 서서 입속으로 중얼중얼 시도 읊어보았습니다. 참으로 많이 애송했던 시....

 



돋움볕 마을에서 보면 미당 서정주 문학관이 바로 보입니다. 천천히 국화꽃 심어진 들길을 따라 걸어가며 서정주님의 시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여러시들을 장승과 함께 전시 하고 있습니다.

 



미당서정주...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천여편이 넘는 시를 발표하신 분 그의 호 미당은 '아직 덜 된 사람'이라는 겸손한 마음과 소년이고자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그 의 소년의 마음과 만나러 가는 길... 가을국화와 갈대 그리고 가을바람이 마중을 나왔더랬습니다.

 



폐교를 개조하여 만들어진 문학관에는 서정주님의 유품과 작품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님의 시들과 함께 자불고 있는 듯한....^^

 



문학관 창으로 보면 서정주님의 생가가 바로 보입니다. 문학관에서 추천 해 주는 시집을 한 권 사고 나와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생가에서 노란국화핀 마당을 내려다 보며 툇마루에 걸터 앉아도 보고 뒤로 돌아 집을 한 바퀴 돌아도 보았습니다. 이런집에서 살아본 기억이 없는데도 어찌이리도 정겨운지.....^^ 마중나왔던 국화향의 배웅을 받으며 고창읍성으로.....

 



조선시대 때 왜구의 침입을 대비하여 만들었다는 고창읍성 모두가 자연석인 성곽이라고 하는데 저 많은 돌들을 다 어디서 가지고 와 쌓았는지...대단... 백제시대에 이 마을이 '모량부리'라 불렸던 탓에 '모양성'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고창읍성은 해미읍성, 낙안읍성과 함께 현존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읍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돌벽에는 담쟁이 덩쿨이 거미줄처럼 쳐져 있었는데 이미 잎은 다 진 상태라 조금 아쉽기도 하였는데 푸르른 잎이 무성할 때는 돌성과 함께 멋진 조화를 이루었을 것 같았습니다.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병이 낫고 두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바퀴 돌면 극락을 간다고 성의 입구에 씌여 있었습니다. 세바퀴 돌면...ㅎㅎ 그런데 여행의 마지막즈음이라 그런지 다리가 아파 오는 것이 한바퀴 돌기도 빠듯한 느낌이....^^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도는 풍습을 '답성놀이' 또는 '성밟기'라고 한다하는데 이 풍습은 건강과 관련도 있겠지만 성이 흐물어진것을 보수하고 전쟁시에 벌어질 석전에 대비한 것이라고 하니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의 풍습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고창읍내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기념촬영 찰칵~ 성안에 마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성 밖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보면 전쟁이 났을 때 아마도 성안으로 대피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돌을 이고 성밟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면서 성밟기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무병장수를 하려면 두 바퀴를 돌아야 한다는데... 다리아픔이라도 해소가 되었으면...ㅎ

 



적의 동향을 잘 살피기 위해 산비탈에 세워진 성이라 산책하며 돌기에 좋았습니다. 또한 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어 시원하기도 하였구요. 하얀 들국화의 소담한 미소와 숲의 솔향이 기분좋은 길이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촉박하여 성밟기만 한 바퀴하고 성내의 전경은 둘러 보지 못해 많이 아쉬웠지만 아쉬움은 훗날을 기약하는 법 성의 돌벽 전체를 덮고 있는 담쟁이에 초록이 오르는 봄 신록 무성한 여름, 가을의 단풍, 눈쌓인 성벽이 절로 상상이 되는 것이 역시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풍경이구나 싶었습니다.^^

 



고창읍성 바로 앞에는 조선후기 판소리의 이론가이며 개작자이자 후원자였던 신재효선생의 고택이 있습니다.

 



굴뚝의 지붕역할을 하는 듯한 항아리가 재미있었습니다.^^

 



부엌에서 방으로 향한 문을 통해 보니 두 칸의 방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구들장이 연결 되어 있어 두 칸의 방이 모두 따뜻할 듯....온돌..우리조상님들의 지혜가 느껴지더만요.^^

 



툇마루에 걸터 앉으면.... 더 정감이 느껴 지는 듯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한 가을여행... 아름다운 행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