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발이 닮은 너! 너랑 살고 싶었다 / 사랑에 대한 반가사유 - 이기철

#경린 2012. 12. 22. 20:20

 



사랑에 대한 반가사유 / 이기철 우리가 이 세상에 와서 일용할 양식 얻고 제게 알맞은 여자 얻어 집을 이루었다 하루 세 끼 숟가락질로 몸 건사하고 풀씨 같은 말품 팔아 볕드는 本家 얻었다 세상의 저녁으로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 아름다워 세상 가운데로 편지 쓰고 노을의 마음으로 노래 띄운다 누가 너더러 고관대작 못되었다고 탓하더냐 사람과 사람 사이를 세간이라 부르며 잠시 빌린 집 한 채로 주소를 얹었다 이 세상 처음인 듯 지나는 마을마다 채송화 같은 이름 부르고 풀씨 같은 아이 하나 얻어 본적에 실었다 우리 사는 뒤뜰에 달빛이 깔린다 나는 눈매 고운 너랑 한생을 살고 싶었다 발이 쬐끄매 더 이쁜 너랑 소꿉살림 차려놓고 이 땅이 내 무덤이 될 때까지 너랑만 살고 싶었다

 



소담스럽고 따뜻하게 다가와 옮겨 보았습니다. 시도...그림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지요. 무엇으로 와서 무엇을 위하여 무엇을 하다가 무엇으로 가는지..... 발이 쬐그만 너....그 말이 입안에서 뱅글뱅글..... 소곱살림 같은 살림 차려 이 땅이 내 무덤이 될 때까지 너랑만 살고 싶은 마음.... 너랑만 살기엔 돌아보고 둘러보아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음에 정작 자신의 맘은 덮어두고 살아가는 우리네 현실 그렇게 살지 못하더라도 한참을 걸은 뒤, 함께 나란히 손 잡고 뒤돌아보는 뒤안길이기를.......

 


그림 / 김대섭의 '시골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