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첫눈 오는 날 만나자-안도현 / 와우! 창원에도 첫눈이...그기도 눈오나?

#경린 2012. 12. 8. 17:20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안도현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시집『그대에게 가고 싶다』(푸른숲,2002)

 



어제 제가 사는 남녘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퍼얼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동요가사 그대로 퍼얼펄 눈이 내렸더랬습니다. 12월초에 이렇게 눈다운 첫눈을 본 것이 언제적 일인지 모를 그런 남녘에서 보기 드문 함박눈(?)이 몇분간(3~40분)내렸지요. 올 해 첫눈이었습니다. 칼날같은 날씨라 밖으로 뛰어 나가지는 못했지만 베란다 창가에 기대어 한참을 보았습니다. '눈 오는 날 만나자'라는 약속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문구가 눈송이와 함께 옴은 첫눈이 주는 정서 때문이겠지요.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걸까요?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리기 때문에......그런가? 세상의 온갖가지 색깔을 일순간 무채색으로 덮어 한순간 순결과 신비로운 경탄을 자아내는 그 설레임과 경이로움 때문에. 첫눈 오는날 만나자는 기약 있으면서도 기약 없는 약속을 하는 사람들의 애틋한 마음 때문에 첫눈은 그야말로 설렘을 가득안고 서로의 얼굴에 뺨 부비며 포근히 내려 오는 듯합니다. 그래서 눈이 오면 그리운 맘, 보고픈 맘은 내리는 눈송이에 업혀 흩날리다가 차곡차곡 함께 쌓이게 되는가 봅니다.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을 수 있다면 겨울 속 더없는 포근한 행복이 아닐까요. 러브스토리 생각나게 하는 풍경에 환한 웃음소리 참 행복한 모습 첫눈 오는 날 행복해 하는 모습들,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들, '첫'이 주는 설레임과 특별한 의미 때문에 은근슬쩍 내리다 마음만 흔들어 놓고 흔적 조차 없이 쉬이 가버릴지언정 또다시 첫눈은 기다림의 화신으로 싱싱한 설레임의 '첫'을 남기고 가 버렸네요.

 

게으름으로 사진을 직접 찍지 못하여
사진은 캐논 창원점블에서 담아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