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글

햇살 좋은 날 / 도종환

#경린 2014. 3. 31. 11:13

 



햇살 좋은 날 / 도종환 봄 햇살이 참 좋습니다. 진달래꽃이 연분홍 꽃잎을 스스로 열게 하는 투명한 햇살입니다. 백목련 흰 꽃봉오리의 눈을 뜨게 하는 맑은 햇살입니다. 제비꽃이 수줍게 몸을 숨기고 있다가 소리 없이 그쪽으로 고개를 들게 하는 밝은 햇살입니다. 꽃나무에게 좋은 햇살이니 우리 몸에도 좋은 햇살입니다. 민들레꽃에서 금단추 같은 빛이 뿜어져 나오게 하는 햇살이니 그 햇살을 받고 서 있으면 우리 몸이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저도 상사화 초록 잎처럼 햇살이 비치는 쪽으로 팔을 힘껏 뻗습니다.

 



우리 몸의 골짜기와 능선과 들판과 산줄기가 다 눈을 뜨고 일어나 햇살을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낮에는 그 밝고 화사한 햇살 속에 앉아 냉이와 쑥을 캤습니다. 점심에 국을 끓여 먹을 만큼만 캤습니다. 손에 묻은 흙을 털 때마다 짙은 냉이 향이 툭툭 발등에 떨어집니다. 냉이를 캐다가 고개를 드니 산수유나무가 저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저도 노랗게 꽃을 피워놓고 서 있는 산수유나무를 웃으며 바라보았습니다.

 



잠시 그렇게 서로 마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산수유나무에게 지금의 나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싶습니다. 그저 말없이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합니다. 미풍에 한가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산수유의 마음도 평안한 것 같습니다. 알싸하게 번져오는 꽃향기를 온몸에 묻히며 산수유나무와 나란히 앉아 있는 게 좋습니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 好之者, 好之者 不如 樂之者)고 합니다. 봄날 만난 꽃과 나무에 대해 많이 아는 것보다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아니 좋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꽃과 나무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즐거워야 합니다. 꽃나무만 그렇겠습니까.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에 대해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가 좋아야 합니다. 아니 그와 함께 있는 것이 즐거워야 합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르고서는 일할 수 없습니다. 알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좋아해야 하고 즐겨야 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냉이국 끓여 점심을 먹고 생강나무꽃 몇 송이 따서 노르스름하게 우려낸 꽃차를 마셨습니다. 꽃차 향은 입안 가득하고, 봄 햇살은 뜰에 가득합니다. 다사로운 봄 햇살 아래 앉아 봄산을 바라보는 동안 마음은 고요한 기쁨으로 충만합니다. 하루가 즐겁습니다. 도종환의 '산방일기'중에서

 



봄햇살도 좋고 꽃들도 충실히 방실방실 피어나는 좋은 계절 부모님 모시고 나들이 가고 싶은 맘....... 같이는 못가더라도 두 분 다녀오시라고 용돈 넣고 전화드렸는데 전화 자주 않는 정없는 큰딸이라고 옴마에게 실컷 야단만 들었다. 알고 있지만 야단 듣고 나니 온종일 꿀꿀...잘 해야 하는데....... 아부지께 곱배기로 더 야단들을 각오하고 다음날 아부지 폰으로 전화했더만.....호통치고 야단치시는 것은 울아부지 전문이신데 옴마가 먼저 선수를 치시니 울아부지가 달래 주셨다.ㅎ 전 날 아들애랑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아들애가 할아버지께 안부 전화를 드렸던 모양........^^ 엄마, 아부지 직접 뜯어 끓이고 무쳐 주신 봄나물 생각나서 마트가 달래랑 냉이 사와 나물 맹글고 된장찌개 끓여 먹었다. 열심히 나름 흉내는 내었는데 울옴마의 그맛이 아니 난다. 불타는 눈동자도 할머니의 그 맛이 여엉 아니라네....... 우리애들은 시집 장가 가면 할머니의 손맛을 기억할까 엄마의 손맛을 기억할까.......?? ^^ 오늘도 봄햇살은 어김 없이 차암 좋다. 즐겨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