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대나무 / 받아들이는 용기를 가르쳐 준 나무 / 대나무-신석정

#경린 2010. 8. 12. 23:00
 


대숲에 서서 / 신석정

대숲으로 간다
대숲으로 간다
한사코 성근 대숲으로 간다

자욱한 밤안개에 벌레소리 젖어 흐르고
벌레소리에 푸른 달빛이 배어 흐르고

대숲은 좋더라
성글어 좋더라
한사코 서러워 대숲은 좋더라
꽃가루 날리듯 흥근히 드는 달빛에
기척 없이 서서 나도 대 같이 살거나







받아들이는 용기를 가르쳐 준 나무


다른 나무들은 살면서 수십번,
많게는 수천 번까지 꽃을 피우지만,
대나무는 60~120년 동안 단 한번
꽃을 피우고 그 즉시 생을 마감한다.


그 죽음의 형태는 또 얼마나 잔인한지,
한번 꽃이 피고 나면 땅속에 있던
숨은 줄기까지 모두 죽어버린다.


초토화된 그 현장에서 작은 싹들이
올라오지만 채 그 모습을 갖추기도
전에 다시 꽃을 피우고 죽기를 두 번,
그렇게 세 번 죽고 나서야 비로소
진짜 새 생명이 시작 된다.


그러나 이렇게 새로 시작 된 생명이
대나무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또 십 년이라는 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나무에게 있어서 꽃은 번영과 존속이 아닌
죽음과 맞바꾼 아픔이요. 고통이다.
단 한번 개화한다는 운명도 애달픈데 거기에
목숨마저 내놓아야 하는 대나무의 삶.


그러나 대나무는 죽는 그 순간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죽음의 순간, 조금이라도 삶을 연장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거나 다음해를 기약하며
땅 속 줄기를 지키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제대로 된 꽃을 피우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그 만의 푸르름,
그 만의 곧음을 간직한 채 말이다.


내 남은 삶이 대나무처럼 주어진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고개 끄덕일 줄
아는 용기있는 모습이기를,


그래서 마지막 숨을 쉬는 순간
" 한세상 잘 살고 간다"고 말할 수 있기를....




우종영의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중에서










대나무꽃을 보면 행운이 온다고 합니다.



위 대나무꽃 마이마이 보시고



행운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