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대로

그리움아 내일은 소풍가자

#경린 2010. 7. 7. 10:32
그리움아 내일은 소풍가자 / 경린



햇살이 눈부시게 창가를 노크하는 아침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딸애가 새벽같이 일어나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깨우는 소리 " 엄마, 김밥 싸줘!! 빨리 일어나셔요." 바쁘게 지내다 어느새 조금의 여유라도 생기면 찾아드는 깊은 고독의 그리움으로 예외 없이 지난 밤도 뒤척이다 겨우겨우 어찌어찌 잠이 들다 보니 하품이란 넘이 널어지게 붙어 연신 찢어질 듯 벌어지는 숟가락 망태기 차곡차곡 색깔 맞추어 김밥 속을 줄지어 넣고 그 위에 간밤의 하얀 그리움도 한 줄 얹어 돌돌 말아 " 밉다 미워...도대체 너 뭐니??? " 박자 맞춰가며 꾹꾹 눌러 쪼물락쪼물락 내 그리움을 김밥 속에 확~ 가둘 수만 있다면... " 엄마 갔다올께요."



한마리 노랑나비처럼 손 흔들고 가는 이쁜이 대문간에서 배웅하고 마주친 마당가에 사랑초 예쁘게 앞 다투어 피던 사랑초 꽃들, 질펀하게 내리 붓는 장마비에 그 예쁜 웃음 어느새 다 녹아내려 상처 난 몸뚱아리 추스르기 바쁜 흔적 "너도 그 사이 많이 힘들었나 보구나.... 오늘 같이 햇살 곱게 차려 입은 날... 모든 시름 잠시 접어 두고 소풍가면 좋겠지??" " 아! 나도 팔랑팔랑 소풍 가고 싶다" 불현듯 그런 생각에 초록의 싱그러움 마냥 뽀족뽀족 고개를 내밀어 미소 짓는 그리움 "에라이 내팔자에 무신 팔랑팔랑 소풍이람"



세탁기에 빨래를 분풀이 하듯 쑤셔 넣어 돌리고 목욕탕 가운데 다라이 놓고 팍팍 문질러 흰빨래는 희게 빨고 검은 빨래는 검게 빨아 고운님의 눈웃음 같은 햇살을 어깨가득 받으며 있는 힘껏 탈탈 털어 줄지어 보기 좋게 널고... 그리움 너도 깨끗하게 빨아 탈탈 털어 널어 고운 햇살에 말리면 원래대로 돌아오려나... 어느새 심술 맞은 구름이 해를 가리기도 하고 바람이 몰아내기도 하면서 숨박꼭질을 하더니 그 놀이도 지겨워 졌는지 해는 늬엇늬엇 가 버리고 쓸쓸한 바람이 혼자 등기대고 물끄러미 달님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담장에 나의 그리움, 그림자 되어 길게 늘어져 눈물 나는 밤을 데리고 다시 찾아오고..



"도대체 너는 왜 이렇게 나를 잠시도 쉬지도 못하게 졸졸 따라 다니면서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이니... 보내 준다고 할 때 그냥 가지.. 가지도 않고..." "나도 이제 모르겠다 수시로 찾아오는 너 때문에 나도 즈응말 미치겠다..나 보고 도대체 어쩌라고..." 혼자서 보이지도 않는 님에게 옆에 같이 있는 듯 뭐라뭐라 주문 외우듯 중얼중얼하며 아쉬운 햇살에 그래도 고슬고슬 마른 빨래를 차곡차곡 개어 제자리에 넣어주고......... 그리움아 너도 노란빨래 빨간빨래처럼 차곡차곡 그렇게 개어 넣어 둘 수는 없을까 그러다 내가 꼭 필요할 때 꺼내 보면 안 될까?? 노란그리움 하얀그리움 골라가면서 꺼내 보면 안 될까??



이 일을 해도 저 일을 해도..밥을 먹어도 잠을 자도.. 이리 가도 저리 가도...누구를 만나 얘기하는 와중에도... 하루도... 아니 잠시도 떠나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 때로는 쓸쓸한 미소로, 때로는 환한 웃음으로 때로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때로는 나와 같은 그리움으로 변함없이 그렇게 그 자리 그대로 지키고 있는 너 언제나 보고 있는대도 보고 싶기도 보고 싶고... 늘상 가만 있는대도 밉기도 무지하게 밉고..... 떠나지 않는대도 그립기도 눈물 나게 그립고.... 야!! 그리움 너........너 도대체 뭐니??



그래....억지로 내가 보낸 들 네가 가리.... 네가 훌훌 털고 간 들 내가 너를 보낼수 있으리.... 보내지도 그렇다고 떠나지도 못하는데... 그냥 어허 둥둥 한 세상 같이 보내보자꾸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렇게 같이 보내보자꾸나 울고 싶을 때는 같이 눈물 방울 떨구어 주고 하하 호호 웃을 때는 큰 웃음으로 더 크게 웃고 보고싶을 때는 같이 마주 보며 미소 지어주고 힘들 때는 서로 등 토닥여 주면서 ..... 어깨동무하고 내가 사는 동안 나와 같이 하자꾸나 "야!! 그리움 너....내일은 같이 소풍가자...좋지??"

'맘가는 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사화  (0) 2010.08.07
능소화 연가  (0) 2010.07.17
기다림  (0) 2010.07.02
비오는 날에는  (0) 2010.06.26
보고픔에게 기다림이  (0) 2010.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