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대로

능소화 연가

#경린 2010. 7. 17. 15:09
 


능소화 연가 / 경린 촉촉히 내리는 비의 설레임 안고 세상을 여는 귀울림으로 온 그대가 거짓말처럼 온 가슴 물들이고 기다림으로 하루하루를 열어 저 너머 담장 밖 세상의 바람에 눈멀고 귀멀게 했던 그리움 어찌할 줄 몰라 온 여름을 하루같이 위로위로 끝도 없이 뻗어가지만 부르지도 못하고 가지도 못하는 그 고통 장맛비 속에 피어나 지치도록 활활 타 오르다 서럽도록 그리운 가슴안고 지는 날 그대 이름 한번 불러 볼 수 있으려나



한참을 신나게 내리던 장맛비 마실 간 사이 때는 요때다하고 잠깐 마실 나갔다 습기 속으로 부는 바람이 시원함을 안겨주는 오후 비 맞아 선명해진 거리의 풍경들이 상큼하다는 느낌..... 집집 땅바닥쪽 담벼락이나 화분 궁뎅이마다 튀어오른 물방울의 장난이 장맛비의 신난 향연을 말 해 주는 듯 했다. 무더위를 날려 준 장맛비 덕분에 팔랑팔랑 여름속을 걷는 발걸음이 가벼웠고 이집 저집 한창 꽃 피우는 화초들도 신이 난 듯 했다. 어느 집 담장의 능소화도 담장 밖으로 세상구경 나와 오는 이 가는 이 맘을 설레게 웃고 있었다. 싱그러운 초록 속 물기 머금은 다홍의 발랄함에 눈 빼앗기고 다가가자니 발등 위로 툭 떨어지는 꽃 한송이 아직도 생생한 발랄함이 있는 모습 그대로다 초라해지기 전에 지는 꽃이라고 하더만... 그 자존심 밟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꽤 멀리 온 것 같다는 생각에 하늘 올려다보니 마실 나갔던 장맛비 먹구름을 몰고 오는 폼새가 또 한 바탕 퍼 부을 듯 하다. 돌아가야겠다고 휙 돌아선 쪽 저 멀리 산허리에는 하얀구름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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