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경린 2010. 7. 11. 12:01
울 집 베란다 귀염둥이 치자꽃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 빛으로 떨어지는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렐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지난봄에 화원 지나다 치자꽃나무 보는 순간 아련히 떠 오르는 그 향의 기억이 그리움처럼 밀려와 치자꽃나무 모종을 두 그루 샀다. 이사를 앞두고 있었던지라 짐이 될까 망설였지만 까만봉지에 치자꽃모종 두 그루 넣고 집으로 오는 내내 몇 번을 들여다 보면서 혼자 싱글싱글 했던 기억이....^^ 몇 해 전에도 치자꽃향 그리워 치자꽃나무를 사다 심었지만 꽃이 한 송이 피는가 싶더니 망울망울 맺힌 꽃망울 피우지 못하고 하나 둘 툭툭 힘없이 다 떨어지고 기어이 잎들도 말라 죽고 말았다. 이번에는 죽이지 않고 잘 키워 볼 요량으로 인터넷에서 치자꽃나무 키우는 방법도 읽고 매일매일 아침 저녁으로 눈 마주치고 물도 주고 늦둥이 본 것 마냥 애지중지하며 하루하루 그 거 보는 낙으로 보냈다.^^ 처음에는 지난번처럼 꽃이 피는 것 같더니 또 꽃망울들이 하나 둘 툭툭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오마나 ...이러다가 또 죽어 버리는거 아잉지... 우야모 좋노....하이고..... 반그늘을 좋아하고 습도도 어는정도 맞춰줘야하고... 어쩌고저쩌고 인터넷 여기저기 치자꽃에 대한 정보들을 다시 읽고 나름 요리조리 맞춰주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잘 잤냐??" 퇴근 해 오면..."오늘은 어떻게 지냈어??" 자기 전에는...." 잘 자..내일 보자..." ^^ 하였더니 드디어 툭툭 떨어지던 꽃망울들이 떨어짐을 멈추고 탄실하니 꽃피울 태세를 갖추는 것이 아닌가......기특한 것 들...^^ 7월의 아침 나 보다 먼저 일어나 살짝 피어난 치자꽃을 보는 순간 절로 탄성이 튀어나왔다. 오마나...치자꽃이 피었네...^^ 것도 세송이씩이나....좋고로.... 반가운 님을 만난 듯 호들갑이 요란했다. ^^ 향이 정말로 좋았다. 그 향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어릴 적 마당에서 보던 그 치자꽃과는 좀 다르지만 어쨌거나 치자꽃은 치자꽃이다. ^^ 인터넷에 찾아보니 천엽치자꽃이라나.... 그냥 치자꽃은 꽃잎이 다섯장으로 갈라져 피는데 천엽치자꽃은 겹꽃으로 핀다. 치자꽃은 꽃이 지고나면 치자열매가 열리고 그 열매 익으면 울옴마가 노란물감 만들어서 부침개도 부쳐주고 치자물들인 밥에 송편도 만들어 주셨더랬는데 지금 이 치자꽃나무는 그런 열매는 맺지 않는 듯하다. 아마도 나는 그 어릴 적 기억을 향으로 기억하나보다 그렇게 치자꽃나무를 키우고 꽃을 피우고 싶었던 것이.... 언제 화원 지나다 열매 맺히는 치자꽃나무 보면 또 데불고 와야겠다.^^ 그나저나 치자꽃이 지고나면 튼튼히 자라도록 전지를 해줘야 한다는데 고것은 또 우찌 해줘야하는지...쩝...^^

7월 주말저녁... 울 집 베란다에는 치자꽃향이 가득합니다. 그리움으로 피어 올린 하얀 치자꽃과 그 향기를 보내드리나니 그대의 7월도 향기로운 나날 들 이시길 바랍니다.


사진 - 제갈선광님(http://wing91.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