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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 길이 왜 그리 좁았던고 - 김진 / 입선 후 나혜석의 감상

#경린 2010. 8. 22. 21:00



"하루 뒤, 일년 뒤, 지나는 순간마다는 후회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가 된 큰 과거는 얼마나 느낌 있는 과거인가. 또 그 중에 마디마디를 멀리 있어 돌아다보니 얼마나 즐거웠던 때이었었나. 우리는 언제든지 우리 앞에 비추이는 현재의 횐희로 살지 못함은 곧 가까운 과거를 현재로 만드는 까닭이었다. 그러므로 기실은 현재는 없어지고 만 것이다. 지나고 보니 이 같은 안전한 대로를 밟아온 것을, 그리하여 그 중도는 내게 없어서는 아니 될 것이 다 구비해 있고 그뿐 아니라 그때그때 전개 해주는 생활이 다 나를 기쁘게 만든 것이요, 다 나를 진보시킨 것이었다. 그런데 왜 그때그때 과거에 있어서는 그다지 길이 좁았던고." 1931년 11월 '삼천리' 잡지에 실린 <제전>입선 후 나혜석의 감상


 



나는 어머니가 쓴 여러 글 중에서 이 글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제전>입선 후의 감상으로만 읽기에는, 심오하기까지 한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글솜씨가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시는 견디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러웠고 위태로웠던 과거의 일들이 지금 와서 전체로 보니 내게 다 필요할 만 했다는 내용이나 현재를 즐겁고 행복하게 여기지 못하는 우리들의 문제는 현재가 아닌 과거를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 지내보고 나니 위태롭고 험난하기만 했던 삶의 순간이 결국은 안전한 대로였다는 말에 어느 누가 공감하지 않을쏜가. 김진 . 이연택 공저 '그땐 그 길이 왜 그리 좁았던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