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잊혀져 가는 것 들 - 빨래터

#경린 2009. 8. 8. 12:53



아낙들이 냇가에 모여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는
옛영상 속 빨래터의 정겨움을 보니
고등학교 때부터 사귄 첫사랑과 결혼하여 
시골에서 잠깐 신혼을 보냈던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몇몇 친구와 함께 빨간색 완행버스를 타고 
덜컹덜컹 비포장 길을 달려 신혼집 구경을 갔었는데  
친구집 주위 들에는 냉이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고 
친구보다도 먼저 작은 몸짓으로 우리를 반겨주는 그 냉이꽃을 
한아름 꺾어 안았던 늦봄쯤이었다고 기억이 됩니다.
흰 꽃무리 속에 사랑표 모양의 냉이꽃 꼬투리들
한 가지에 조롱조롱 오글오글 많이도 달려 있었습니다.
냉이꽃씨 꼬투리 수만큼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아라며
희망과 사랑을 담아 식탁위에 꽂아 주었드랬지요.
들의 싱그러운 바람이 친구네 식탁으로 옮겨와 
새댁의 풋풋하고 조금은 뭔가 부족한 식탁에
사랑이라는 양념이 더해져 이것도 저것도 모두
신기한 맛으로 보는 눈과 입안이 즐거웠습니다.

 




점심을 먹고 친구 따라 냇가로 빨래를 갔었습니다. 빨래 방망이로 통통 두드려가며 흐르는 냇물에 철썩 철썩 다시 돌 위에 찰싹 올려 퉁탕퉁탕! 참으로 신나게 빨래를 하는 친구에 반 해 저는 세탁기를 놔두고 왜 이 고생을 하나 싶었습니다. "힘들잖나??" "내는 요렇게 냇가에서 첨벙첨벙 퉁탕퉁탕 빨래를 해야 맴도 깨운 해지고 기분도 상쾌해 진다아이가" 힘들기는커녕 온 얼굴에 행복의 미소를 짓던 아름다운 새댁이었던 내 친구의 모습 햇살 받아 빛나는 냇가의 흐르는 은빛물 보다도 더 눈부시게 행복해 보였던 그 친구의 모습 착착 감기는 빨래방망이질 장단에 맞춰 그 동안 못 본 그리움을 쏟아내어 시냇물에 흘려보내며 참으로 많이 웃었습니다.

 




도시에서 자라다 보니 빨래터의 경험이 새롭기도 했지만 그 조그만 것에도 행복을 담는 친구의 모습이 돌아오는 완행버스 속에서도 내내 피어올라 내 입가에도 절로 미소가 번졌더랬지요. 세월이 이 만큼이나 흘러 빨간완행버스 덜컹덜컹 달리던 길도 이제는 깨끗하게 포장이 되어 씽씽 달리게 되었고 도란도란 정겨운 시골의 빨래터도 사라져 버려 옛풍경에서나 보는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친구도 도회지로 나와 살더니 빨래터의 그 소박했던 행복과 싱그럽고 풋풋했던 어린 새댁의 모습은 어느새 중년의 아짐이 되어 그 나이에 어울리는 여유와 편안함으로 질팍한 농담을 하며 또 고만한 행복을 토해냅니다. 세월은 이렇게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무서운 넘임에 틀림이 없는 듯 합니다. ^^

'내 생각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을 잡아 준다는 것의 의미  (0) 2010.02.20
세상이 하 어수선하야  (0) 2010.01.17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뛰어야 한다  (0) 2009.08.13
관심  (0) 2009.08.08
인생은 선택의 연속  (0) 2009.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