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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주요 사립대 '무늬만 입학사정관제'] 글로벌·과학 영재… 특목고생에 유리한 '스펙' 요구 일반계 고교생들 접근 원천봉쇄한 대학도 있어
"사교육 필요한 전형을 입학사정관제로 포장"
지난해 주요 사립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30~40%(모집인원 기준)가 특목고 학생에게 유리한 '스펙(자격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이 26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로부터 제출받은 '대학별 입학사정관제 전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2010학년도) 입시에서 주요 사립대학들이 외국어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글로벌전형'과 과학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과학특기자전형'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입제도를 관리하는 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입학사정관제 기준〈표〉과 정부의 재정 지원 기준에 위배되는 것으로 '무늬만 입학사정관제'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보고 뽑겠다는 취지의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특목고 학생들을 뽑는 통로로 변질된 셈이다.
각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아닌 수시 모집의 특기자전형을 통해 특목고생 위주로 선발할 수 있다. 대교협 양정호 입학전형지원실장은 "사교육 스펙을 필요로 하는 전형을 입학사정관제로 포장해 학생을 뽑은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특목고 학생만 가능한 '스펙' 요구
지난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는 특목고 학생들이 강세를 보였다. 이화여대의 경우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의 46%가 특목고 출신이었고 성균관대 27%, 한양대 15%, 건국대(충주) 15%, 연세대·서강대·경희대 10% 등이었다.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고 뽑는 입학사정관의 도입 취지와는 달리 외고·과학고 학생들이 다수 입학할 수 있었던 데는 이 대학들이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스펙'을 시험자격으로 요구한 것이 주요 이유로 작용했다.
예컨대 성균관대 '글로벌리더전형'에서는 토플·토익·텝스 등 공인 영어시험의 일정 수준 이상 점수를 요구하고 외국어 전문 교과 이수자로 자격조건을 제한했다. '외국어 전문 교과'란 영어청해·실용영어·영어작문 등 외고에서만 가르치는 심화 영어 과정으로 일반고에서는 이수가 불가능하다.
그 결과 성균관대 '글로벌리더전형'의 경우 합격자 중 외고 출신이 64%를 차지했으며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전형'은 입학생의 57%가 외고생이었다. 이화여대의 '이화글로벌인재전형'의 경우 입학생의 73%가 외고 출신이었다.
과학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과학 특기자 전형'도 마찬가지다. 지원자격을 아예 '과학고 졸업 예정자 또는 과학 전문 교과(과학고에서 배우는 고급물리·화학실험 등) 이수자'로 제한함으로써 일반계 고교생들의 접근 자체를 막은 대학마저 있었다. 경희대·고려대·성균관대·이화여대 등이 과학 특기자전형을 입학사정관제라는 이름으로 운영했다.
조효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대표(은광여고 교사) 분석에 따르면 이화여대는 작년 입학사정관제 전형 중 75%가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스펙'을 요구했으며 경희대(서울) 47%, 성균관대 42%, 고려대 28%, 서강대 16%, 연세대 14% 등이었다. 주요 사립대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30~40%에 해당한다.
◆올 입시에선 대폭 개선
지난해 입시에서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되면서 올해부터 '글로벌전형'과 '과학특기자전형' 등은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대거 제외됐다. 예컨대 성균관대의 경우 작년에는 '과학인재전형'과 '글로벌리더전형'이 입학사정관 전형이었지만 올해는 모두 일반 전형으로 이름을 돌렸다.
교과부 김보엽 대학자율화팀장은 "작년에 입학사정관제를 사실상 처음 실시하다 보니 질(質) 관리를 잘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올해 입시에서 문제 되는 전형을 솎아내는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입학사정관제 양적(量的) 확산에만 주력한 나머지 부실 입학사정관 전형이 양산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정부가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대학에 대해 '지원금'을 주겠다고 하자 대학들이 제도의 취지는 뒷전으로 하고 기존에 있던 입시 전형을 입학사정관이라고 이름만 바꿔 학생을 뽑았던 것이다.
대교협 양정호 실장은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학교 교육을 잘 받은 학생이 잠재력을 인정받아 대학에 진학하는 전형으로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석배 기자 sbah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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