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햇살 고았던 휴일 오후

#경린 2010. 12. 5. 18:00

<



남서쪽으로 향한 베란다 덕에 오후내내 겨울햇살 들어와 동글동글 굴러다니며 노닐다 간다는 걸 오늘 알았다. 햇살이 머문자리마다 따뜻하게 데워져 온실같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초록이들은 매일 찾아와 이 구석 저 구석 핥고 닦아주는 겨울햇살을 아니 사랑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아침 일어난 사랑초는 부지런히 몸단장을 하고 햇살의 사랑을 잉태한 산호수는 빨간열매를 보란듯이 내민다. 바람은 투명 유리밖에서 보기만 할 뿐 만져보지 못하고 몸살스러이 울기만 하는데 겨울햇살은 주인의 허락도 필요없다 당당히 들어와 빵그르르 굴러다니며 사랑을 한다.




베란다 한 쪽 구석탱이에 방석 하나 던져 놓고 삶에 지친 두다리 쭉 피고 퍼지르고 앉아 그들 사랑놀음에 끼였다. 눈이 부신다.

눈 감으니 햇살이 눈꺼풀 위로 내려앉아 키스를 한다. 붉은 장미꽃이 피어난다. 음...따뜻하고 좋다. 잠깐 오수에 빠져드는데.... "옴마, 그기서 뭐하는데??" "뭐하긴 보면 모르냐? 햇살이 너무 좋아 햇살 아래서 책 읽지" "옴마....영화 찍나??" ㅋㅋ 문디가스나... 지금 한참 햇살이랑 사랑중이구마.. 분위기 다 깨고 있네 ㅎ




겨울해는 정말 짧구나... 아직 다섯시도 안 되었구만... 더 놀다 가지... 겨울 속 봄인 사랑초는 분홍색 꽃잎 아직도 가을이고픈 산호수는 빨간열매 봄여름가을겨울 모두 여름으로 담고 싶은 호랑이 발톱 봄을 기다리며 더 짙게 초록을 내민 앵초잎 겨울잠을 준비하면서 더 오동통 살이 오른 돈나무 따뜻하고 포근하고 행복했던 햇살이 빨간 여운을 남기고 저 산넘어 가버리자 모두들 자불거리든 온몸을 부르르 떤다.




아... 햇살의 가는 뒷모습도 어쩜 저리 고우냐... 헤질넛 커피 한 잔 들고 초록이들과 함께 해님 배웅하는 그 시간이 아쉽기만 한데 울곰만디 또 제대로 깨는 소리 한다. "옴마, 영화 고만 찍고 밥 묵자" 으이그....ㅋ 2010년 12월 첫휴일 햇살이 참 고았다 / 경린



'일상의 주저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0) 2010.12.13
꽃바구니  (0) 2010.12.11
불타는 눈동자  (0) 2010.11.20
엄마의 식탁  (0) 2010.10.31
이건 비밀인데요...^^  (0) 2010.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