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불타는 눈동자

#경린 2010. 11. 20. 15:36

꿈 에



11월18일 목요일 2011년 대입수능시험을 치는 날이라 울곰만디는 학교를 안 간다고 자기 전에 말했었다. 수능아침 알람은 울었고 나는 그 말을 완전 잊어버리고는 아침 준비를 하여 곰만디를 깨웠다. "엄마~ 오늘 수능이라 학교 안 간다고 했잖아~~" "아아~~ 맞다..미안 더 자라...ㅎ" 날로 더해 가는 것은 주름살과 건망증뿐인 듯..ㅎ 곰만디 학교 보낼 때와 다름없이, 습관처럼 침대 속에서 책을 들고 비스듬히 누웠다가 고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 엄마, 일어나봐 내가 떡볶이 했어 " 곰만디가 일어나서 뽀시락 거리는 느낌은 있었는데 학교 안 간다니까 하고는 계속 그대로 잤나보다. 만디가 흔들어 깨워 뿌시시 일어나 보니 빨간 떡볶이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 이야~~~울 곰만디 대단한데..." 떡볶이 만드는 법을 딱 한 번 가르쳐 주었다. 그 뒤로 곧잘 떡볶이를 직접 만들어 내는데 맛이 제법이다. 식탁 맞은 편에서 흡족한 웃음을 웃고 있는 곰만디의 눈이 초롱초롱 방글방글 갑자기 곰만디 어렸을 적 별명이 생각이 났다. '불타는 눈동자' 불타는 눈동자는 속눈썹이 긴 편이고 눈동자가 검은 만디에게 만디 큰이모가 붙여준 별명이고 혹여 전화통화를 할 때도 울 불타는 눈동자는 아직도 여전히 이글이글 불타고 있냐고 안부를 묻곤 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 이글이글 불타지는 않는데... 아직 초롱초롱은 한 것 같다...ㅋ


기 다 리 다



초롱초롱 한 눈빛만큼이나 영특하여 돌이 되기 전에 뛰어 다녔고 두 돌 즈음에는 왠만한 한글은 다 읽었고 책읽기도 좋아하였다. 만5세 되던 해에는 초등2학년 과정을 끝마쳤고 학교장의 재량에 의해 조기입학이 가능하다하여 조기 입학을 시키려고 하였으나 까다로운 입학절차와 학교교감 쌤의 한 마디 때문에 그만두었다. 아이가 얼마나 특출 난지는 모르지만 학교가 무슨 보육센터인 줄 아시면 곤란합니다. 아이를 테스트 해 보지도 않고 당신애가 얼마나 잘났는지 보자는 교감쌤의 비아냥섞임 말에 바로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만디가 입은 누구보다도 야무진데 체구가 또래보다 작기도 하였다. 그랬던 울 곰만디가 요즘은 통 공부에 흥미가 없다. 사춘기가 와서는 좀은 걱정스런 행동도 한다. 교복은 딱 사이즈에 맞게 입겠다는 둥 방학을 이용하여 머리에 염색을 하겠다는 둥 다른 애들은 다 애기였을 적에 귀를 뚫었는데 왜 자기는 귀를 뚫어 주지 않았냐는 둥 우리학원을 다니지 않는 것이 소원이라는 둥 얼마 전에는 겨울옷 정리를 하기 위해 옷장을 정리하다 울곰만디의 숨겨 둔 파우치를 발견했다. 그 속에는 아이라이너, 비비크림, 서클렌즈가 앙증스럽게 들어 앉아 있었다. 파우치에 대한 울곰만디의 변명이 더 가관이었다. "그래도 학교 갈 때는 절대로 안 하거든 내가 요즘 학교에서 얼마나 모범생인데 그러니까 선생님께서 요즘은 학교에 엄마 오라고 안하잖아" 하이고...어찌하여 당연한 것이 울 곰만디한테는 특별히 옴마를 배려하는 모범이 되는 것인지...






교복사러 갔더니만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딸과 엄마가 실랑이었다. 옷 사이즈 때문에 어떤 애는 눈물바람에 퉁퉁 하기도 하였다. 나 역시나 크게 입는 거 좋아하지 않으니 교복은 현재 지 사이즈에 딱 맞게 사 주었다. 이뿌게 입고 다니라고, 체구가 더 크게 되면 "아싸 우리딸이 이렇게나 컷구나"하고 다시 한 벌 사주면 되지하는 생각이기도 했다. 실랑이 없이 제사이즈에 딱 맞는 교복을 사주자 입이 귀에 걸린 곰만디는 자랑스러이 지 친구들한테 전화한다고 바빴고 딱 맞는 사이즈를 산 만디를 친구들은 모두 부러워했다. 염색은 친구염색하는데 옆에서 살짝 겉만 약을 발라 햇빛에서 자세히 보면 염색을 한 것을 알 만큼 했더랬다. 개학할 때 까만 염색약으로 다시 재염색하여 까맣게 만들어 주었다.^^ 귀는 학교 다니는 동안은 절대로 안 되니 겨울방학하면 그 때 생각해 보자고 유보 시켜 놓았다. 그 때 되면 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니.... 우리학원 안 다니는 것이 소원이라 하여 EBS교육방송으로 공부하게 했고 영어 학원만 지 원하는 학원으로 보내줬다. 그런데도 지난 중간고사 성적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서클렌즈는 금지시켰다. 현재 한참 성장기인데 렌즈는 눈동자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그것만은 안 된다고 말했다. 대신 비비크림과 아이라이너는 정이 하고 싶다면 휴일에만 하라고 했다. 그런 다음 휴일에 아이라이너를 그리고 내 앞에 선 만디.. 우스웠다. 빼돌빼돌 그린 라이너...ㅋ 네 모습을 정확히 거울을 통해서 다시 보라고 했다. 너의 그 불타는 눈동자가 아이라이너로 인해 밉게 되었다고...본인도 인증하였다. 비비크림은 바르지 않아도 네 나이 때는 뽀샤시 이뿌니까 정이 바르려면 썬크림을 발라라고 했다. 그 이후로 아직도 나 몰래 하고 다니는 지 점검은 못했지만 그 파우치는 곰만디와 의논하고 내가 보관하고 있다. 휴~~ 자식교육...애럽다...ㅋ

 




지난 11월11일 빼빼로데이날 화장대에 빼빼로와 곰만디가 쓴 쪽지가 가지런하게 얌전히 나를 기다기로 있었다. 울옴마가 다른 곳은 안 봐도 출근하기 전에 화장은 하니께로 화장대에 올려놓으면 틀림없이 볼 것이라 생각 했을 것이다. To. 엄마 엄마! 나 만디야 ㅎㅎ 요즘 학원일로 바쁘고 집안 일하기 힘들제? 내가 학원일은 못 도와 주지만, 집안일은 도와줄께 ㅎㅎ 또 요즘에 내가 성적 많이낮아져서 속상하제? 그거라면 속상해 하지마라! 내 노력해서 성적 올릴꺼니까 ㅎㅎ 내가 주는 빼빼로 먹고 힘내셔요~ㅎㅎ 이제는 열심히 공부도 할께 ㅎㅎ 이번처럼 성적 안나오게 진짜 열심히 할께! ㅎ 그렇다고 너무 기대는 하지마...ㅎㅎ 많이는 못 올리지만 쪼금씩 올릴께용~ㅎㅎ 사랑해요 엄마 From. 만디 쪽지를 읽는데 눈물이 절로 또르르르...ㅎ 곰만디에게 문자를 날렸다. "불타는 눈동자 엄마는 네가 잘 할 거라는 거 믿어 사랑한다. ♡ 그리고 고마워. 쪽~^*^"


만 추

내 마음은 가을 달인가 [관현악 합주곡]

'일상의 주저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바구니  (0) 2010.12.11
햇살 고았던 휴일 오후  (0) 2010.12.05
엄마의 식탁  (0) 2010.10.31
이건 비밀인데요...^^  (0) 2010.10.26
땅강아지  (0) 2010.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