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사월초파일

#경린 2011. 5. 11. 11:03

 

 



부처님 오신 날을 앞 두고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에 사나흘 올 비라고 했지만 비가 옴이 불자들의 발걸음을 묶지는 못한 듯 성주사를 올 적마다 내가 한가로이 걸었던 한 쪽옆의 숲길 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외롭던 길이 북적북적... 절입구는 더더욱 더 인산인해... 부처님 오신 날...절마다 사람들의 인파로 절도 산도 초록이들도 돌잔치하는 돌맞은 아이마냥 몸살을 하지 않나 싶었다.



 



5월의 초록은 참으로 싱그럽다. 저 이파리들 사이로 햇살이 비추어 스몄더라면 그 눈부심에 눈을 뜰 수가 없었을 텐데... 비는 오지 않았지만 구름 잔뜩이라 해는 꼬랑지도 보이지 않았다. 차량의 홍수에 차를 산 올라가는 입구에 주차하고 곰만디랑 걸어서 올랐다. 바람이 흐르는 땀을 식혀 주었고 초록의 내음이 싱그러움이 온몸을 샤워 시켜 주는 듯 좋았다. 그런데...에고 힘들어라... 나중에 보니 산아래에 주차를 한 사람들을 위해 무료버스가 5분간격으로 운행이 되더라는... 열심히 헉헉하며 오르고 있는데 버스가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산 위로.. 성주사 무료운행 이라는 표를 붙이고... 맘 같아서는 손을 흔들어 세워 타고 싶었는데 울곰만디 챙피스럽다고 그냥 올라가자고 꼬집는 바람에 그냥 걸었다. 뭘 모르면 역시 몸이 고생을 한다.ㅎㅎ 그래도 비를 안은 바람이 시원해서 좋았고 초록이 한 가득 눈으로 들어와 더 좋았다.^^ 내려올 때는 타고 내려왔다. 30분 끙끙해서 올랐던 길을 차는 2분만에 쌩하니 데려다 주었다. 역시..기계의 힘이란....^^



 



대웅전 입구에 나란히 서 하얗게 몽글몽글 피어올린 꽃이 넘 이뻐서 담아왔다. 수국을 닮았는데 잎도 꽃도 수국은 아니고.. 무슨 꽃일까 궁금하더만 '불두화'라고 빛마루님 블에 가서 알았다.^^ 부처님 뽀글이 머리를 닮아서리 '불두화'라고 한다. 역시 꽃들의 이름은 하나같이 그냥 붙여진 이름이 없고, 의미를 알아감이 새롭고 재미있다.^^



 

 

 



내려오면서 개불알꽃을 보고 곰만디에게 가르쳐 주었더니 박장대소한다. 넘 웃기고 꽃이 불쌍하다나..... "왜 불쌍하니 이름이 없는 것 보다야 났지" "왜 개불알꽃이래..하필이면??" "꽃 지고 난 뒤 열매가 개불알을 닮았다고 해서 그렇게 붙여졌댄다" "지가 닮은 것도 아니고 열매가 닮은건데 지가 그렇게 불리니 진짜 억울하겠다. 꽃에게 함 물어봐..기분 좋은가.... 저렇게 쬐끄많고 귀엽고 이뿐데 하필 개불알꽃이 뭐야...." 그런가......?? 그래도......개불알은 좋겠다... 조렇게 기여븐꽃의 이름이 되었으니..ㅎ 그리고 좀 듣기에 그러면 어때 이렇게 부르고 한 번 더 쳐다보고 기분좋게 웃으면 되었지... 열매의 특징을 담아 그렇게 불려져서 어쩌면 더 기분 좋을련지도 몰라......^^ 개불알꽃 덕분에 실컷 웃고는 꽃이름 가르쳐 주지 말란다. 내일 수학시험인데 외웠던 수학공식 꽃이름이 다 밀어 내면 안 된다고...ㅎ


 

 



5월 계절의 여왕답게 어딜가나 꽃천지다 붓꽃의 보라색 청초함도 연산홍, 철쭉의 붉은 정열도 그 어떤 꽃의 미소도 기분좋은 유혹으로 그 유혹에 잠깐 발걸음을 멈추어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나그네가 자연의 맘으로 합장하는 것일거다. 부처님을 뵈러 오는 길에 만나게 되는 이 모든 자연이 부처의 맘을 담고 가는 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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