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이뿌게 피었던 9월 어느날 관룡사를 다녀왔다.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좋아 가끔 가는 절집이다. 관룡사의 담과 계단은 주위의 돌들을 이용하여 만들어져 그 운치가 멋스럽다. 돌계단 위에 또 돌을 쌓아 만든 출입구가 관룡사의 일주문 역할을 한다. 돌로 기둥을 쌓고 기와 지붕을 얹은 소박한 일주문에는 문이 없다. 아마도 이런 형태의 일주문은 관룡사뿐이 아닐까 싶다. 돌로 쌓은 일주문을 지나 낯설지 않은 속삭임들이 서성이는 대나무숲길을 따라 돌아가면 사천왕문이 나오고 경내로 이어진다. 절마당 한켠에도 잎 없이 붉은 꽃을 피운 꽃무릇이 가을빛을 안고 내리는 햇살에 더욱 애잔히 빛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절집의 여름 꽃이 산수국이라면 가을꽃은 꽃무릇이다. 관룡사는 신라 진평왕 5년(583년) 증법국사가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