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아,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 나를 더 아프게 해라
오래된 꿈과 비밀을 간직한
부드러운 사람이고 싶어
부드러움은
망가진 것을 소생시킬 마지막 에너지라 믿어
밥, 사랑, 아이.. 부드러운 언어만으로도 눈부시다
삶이라는 물병이 단단해 보여도
금세 자루같이 늘어지고 얼마나 쉽게 뭉개지는지
그래서 위험해, 그래서 흥미진진하지
황혼 속에선 나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일만 오천 년 전 라스코 동굴 벽화의 검은 황소다
황소를 그린 자의 마음이다
생존의 서러움이 득실거리는, 풍요를 기원하는 심정
막 희망의 빈민굴에서 빠져나온 사람이 있어
으리으리한 디지털 인간, 상추 한 잎만한 사람, 별게 아녔어
다들 부서지기 쉬운 밥그릇을 싣고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맨다
행복, 그게 뭔데? ......카푸치노 거품 같은 것
누군가 명품, 성형수술, 다이어트에 빠지는 동안
너는 죽음보다 깊은 외로움에 빠지거나
연애 골짜기에 빠지거나 독서에 빠질 거야
나는 유통기한이 없는 시의 마력에 빠져
천 년 후에도 다시 튼튼한 한국 여성으로 태어날 거야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 나를 더 아프게 해라
이렇게 되뇌며 언어의 엽총을 겨냥할 거야
너도 환장하겠니 나도 환장하겠다
뭔가 사무치는 게 있어야겠어
해방감을 주는 거
징 하게 눈물 나는 거
신현림 시집 '해질녘에 아픈 사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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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휴일 창원대 연못가 오리를 보러 가는 길
작은 꽃들이 가로수 되어 주는 길에
나비들의 춤사위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 한마리...
날개가 찢어져 있는 모양새.....
날개가 많이 찢겨져 나갔는데도
여느 나비들과 다름없이 무리속에서 열심히
날아다니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도하고..
삶이 고단했겠다.....는....
나비 무리 속에서 열심으로 날개짓하는 또 다른 넘...
저건 뭐지...나비도 아니고 벌도 아니고...
쉴사이 없이 날개를 파닥이며 그 작은 꽃 하나하나에
침을 꽂아 꿀을 모으고 있었다.
그렇게 쉴틈 없이 날개짓을 하는 곤충을 나는 처음 보았다.
도대체가 저 곤충은 1분에 날개짓을 몇번이나 할까?
저러고도 몸살이 나지 않을까?
어떻게 저렇게 부지런히 날개짓을 할 수가 있을까?
그냥 꽃에 가만히 앉아서 꿀을 모으면 될텐데
어찌 저리도 용을 써 가며 살아가야 할까?
인터넷에 '쉴 사이 없이 날개짓을 하는 나비'로 해서
검색을 했더니 <박각시 나방>이라고 한다.
나비가 아니고 나방이었다.
몸집은 크고 날개가 작으니....
너도 참으로 고단한 삶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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