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다도해를 보며 / 마종기

#경린 2011. 11. 29. 09:40

 




다도해를 보며 / 마종기 남도의 한려수도나 해남 땅 끝에 사는 또 남해의 보리암 밑 바다에 있는 작고 많은 섬들이 대낮에도 부끄러워 넓은 구름 안개에 아랫몸 감추고 나무 고깔의 머리만 조금 내밀고 있다. 이게 대체 몇 개나 되는 섬이냐 물으면 나요, 나요 하는 메아리 숫자만큼 많겠지만 낮은 소리로 네가 이쁘구나, 하면 흩어져 있던 섬들 어느새 다 알아듣고 안개 사이를 헤엄쳐 손잡기 시작하네. 아껴주고 보듬어주면 금세 어깨 기대는 섬, 더는 쓸쓸해하지 않는 섬이 손잡고 웃는다. 누가 깨우기 전까지는 모두들 조용하고 깊었다. 오늘에야 서로 껴안고 춤추며 만든 온 바다 속을 채우는 해초와 물고기들, 처음에는 너도 나도 섬이었구나. 우리가 만나 서로 허물을 안아주면서 말의 물길을 통해 경계가 무너지는 섬. 모든 완성은 눈과 눈을 합친다. 모든 완성은 멀고 막막한 하나다.

 




너도 나도 흩어져 있던 섬들 따로따로의 메아리에 답하며 물길은 트이고 공감을 나누는 물결 바다가 되어 서로를 보듬어 안아 준다.
울아들 왈 "엄마, 바다가 왜 바다인 줄 알아?" "왜??" "모든 걸 다 바다(받아) 주기 때문에 바다인거야" 야가 군대 가더만 시인이 되었나 했는데 뒷얘기를 들어보니 그 다 받아 준다는 의미에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