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바보 같은 날

#경린 2011. 12. 4. 21:27

 



휴일 아침...늦게까지 늘어지게 자려고 했는데 일찍 잠에서 깨었다. 습관처럼 거실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 초록이 앞에 선다 무슨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지만...화초도 나도 지치는 일은 없다. 손빨래에 세탁기를 돌리고, 아이 밥 챙겨 먹여 보내고,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고..시계를 본다. 에게...겨우 저거 밖에 안 지났네... 아침내 쳐다 보았던 화초들에 물 주고 잎도 닦아주고...웅크리고 앉아 또 하염없이 쳐다본다. 아들애가 고등학교2학년 미술시간에 손으로 빚어 만들어 온 납작한 화분을 어루만져 주니 그 때 녀석이 그걸 들고 와 건네었던 말들이 햇살 속으로 흩어지며 뱅그르르 미소를 준다. 내가 빙긋이 웃으니 잎들도 살짝 움직인다. 미술공모전 첫입상을 축하 한다며 친구가 보내 준 화분에서는 새 잎이 올라와 쑤욱 자랐다. 기특하다. 별난것들도 특이한 것도 없는데 맨날 뭘 그리 들여다 보고 있냐고 하겠지만 작은 것들 하나하나 그냥 평범해서 나는 좋다. 책을 폈다가 덮었다가 또 폈다가... TV체널을 여기저기 돌려본다...지루하다.

 



창 밖은 햇살이 나왔다가 구름에 가렸다가 지내들끼리 숨박꼭질하며 잼 나게 논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햇살이 숨었다 못 찾겠다 꾀꼬리에 빼꼼 얼굴 내민다. 구름속에서 환하게 웃는 햇님이 달님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달님인가....ㅎ 나만 뎅그라니 혼자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여도 아무도 숨지 않고 못 찾겠다 꾀꼬리 하여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휴일을 지루하게 만들어 버렸다. 못 찾겠다 꾀꼬리만 읊고 뭘 찾으려 하지 않은 바보 같은 날이다. 휴일이 지루해서 지루한 휴일이 된 것이 아니고 내가 그렇게 만들어 버려서 그 모양이 된 거다. 이렇게 무료하게 보낸다는 거... 시간 아깝고 너무너무 바보같다. 못 찾겠다 꾀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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