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꽃이 피고 꽃은 봄을 데불고 올 것입니다. 꽃의 학교 / 타고르

#경린 2012. 1. 28. 20:37

 



꽃의 학교 / 타고르 어머니, 꽃은 땅속의 학교에 다니지요. 꽃은 문을 닫고 수업을 받는 거지요. 아직 시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밖으로 놀러 나가려면 선생님이 한쪽 구석에 세워두는 거지요. 비가 오면 쉬는 거예요. 숲 속에서 나뭇가지가 부딪치고 잎은 심한 바람에 솨아 솨아 소리지르며 천둥 구름이 큼직한 손을 두드려 손뼉을 쳐요. 그 순간 꽃의 어린이들은 일제히 뛰어 나옵니다. 분홍빛, 노란빛, 하이얀 빛깔의 옷을 입고서.

 



입춘을 딱 일주일 앞 둔 1월의 마지막 주말 아직은 추운 1월 속이지만 왠지 봄기운을 느낄 것 같은 막연함은 저를 무작정 밖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어디를 갈까....... 바람이 차니 그나마 찬기운 속에 따뜻한 온화함과 꽃들의 화사함을 한껏 담아 올 수 있는 수목원엘 갈까 여기저기의 수목원을 뒤적거리다..... 설에 친정어머니께서 정월 초이렛날 절에 갈 거라고 하셨던 말이 불현듯 생각이 나 평소 가끔 가는 성주사로 향했지요. 맘 속에서 풀어 내어 염원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거든요.

 



혹여 바람이 많이 불까봐 옷도 단단히 입고 가죽장갑까지 챙겨 나갔더랬습니다. 그런데.. 역시 절기는 못 속이는 걸까요 바람이 부드러웠습니다. 내내 손을 꺼내 놓고 사진을 찍는데도 손이 전혀 시리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얼음속에 잠자는 동토의 땅 산하가 다 메마른 것 같아 보이지만 봄은 땅 아래에서 어느 때 보다 분주하게 나갈 차비를 하며 활동을 하고 있었고 바람은 알았다며 부드럽고 어루만져 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따뜻한 기운이 위로 위로 올라 곧 언 산들이 들녘이 몸 풀어 기지개를 켤 것 같은 따뜻함이었습니다.

 



양지녘에는 추운겨울이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칠 만큼 앙징스런 미소로 민들레 한송이가 피어 있었습니다. 갓 피어난 그 노랑빛은 꽃의 혼을 안고 온 듯 선한 빛이었습니다. 아마도 학교 공부 중에 따분함을 못 이기기고 튀어 나온 때 이른 노랑이인 모양입니다. 저 노랑이 놀라지 않게 더 세찬 바람도 눈도 아니 왔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야...눈이 그립기도 하지만요.^^

 



지난 봄에 왔을 때 올챙이들이 와글와글 했던 올챙이학교 연못은 올챙이는 고사하고 물 한방울 없이 아직은 황랑하고 메마른 겨울 연못의 모습이었습니다. 곧 입춘이니 시간은 금방 우수를 대동하여 시냇물을 녹이고 뒤이어 경칩을 준비하는 포근한 비가 봄을 데불고 와 잠다던 개구리 깨워 주겠지요. 그러면 올챙이 학교에도 봄비가 찰랑찰랑 물결치고 개구리들은 묵 같은 알을 포도송이처럼 풀어 놓아 풍경소리 맞춰 올챙이 교육시키기에 분주 할 것입니다.

 



정월이라 그런지 주차장은 차들로 빼곡.... 많은 사람들이 음력 정월이 가기 전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발걸음을 하는 듯 했습니다. 주말에 날씨까지 포근하니 연못의 얼음은 녹았고 발걸음한 이들의 표정들도 모두 봄이 오는 소리를 살포시 얹은 반가움이 피어 나는 모습 이었습니다.

 



아침에 서둘러 나온 상으로 정갈하고 푸근한 절밥을 또 공양하게 되었습니다. 공양을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 하고 갔었던 길이었습니다. 오고 가고의 자유로움이 있는 절이기도 하지만 공양시간이 되면 이렇듯 나그네에게 너그럽게 공양을 해 주는 열려 있는 절이 더욱 살갑게 다가 왔습니다.

 



몇가지의 잡곡이 섞여 있는 윤기나고 찰진 잡곡밥에서 나는 향은 늦은 아침을 먹고 나간 염치는 호주머니에 슬며시 넣게 했고 숟가락망태기(입) 마저 분주하게 했습니다. 배추겉절이의 풋풋한 맛은 봄기운을 먹는 듯한 즐거움까지 주었드랬지요. 어디 그 뿐인가요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풍경소리 들으며 따뜻한 온기가 도는 온돌방에 자연과 벗삼아 앉은뱅이 밥상에 둘러 앉아 먹는 절밥은.... 참 단맛이었습니다.^^

 



살얼음이 있는 연못의 주위에는 아직은 영영 봄이 올 것 같지 않은 고요속이었습니다. 포근한 날씨에 얼음이 녹으면서 물속이 환히 보였지만 곧 다시 동장군의 세찬 입금으로 얼었다 녹았다를 몇 번은 더 반복 하기도 하고 어쩌면 눈 속에 파묻히기도 할 것이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봄은 더 화사하고 이뿌겠지요.

 



봄이 다가 온다는 것은 그리운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맘 그처럼 맘이 들뜨는 날 들 미미하게 달라지는 공기의 느낌에 달력의 날짜 보다 먼저 온몸으로 봄이 오고 있음을 알아내는 애절함이었습니다.

 



오늘 봄을 기대하고 나간 길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봄이 오고 있더이다. 곧 꽃들도 학교 공부를 마치고 제각각의 빛을 뽐내며 피어나겠더이다. 봄에 꽃이 피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피폐 해지겠는지요. 꽃이 피지 않으면 봄도 없을 터이고 그리움도 꽃 피지 않을련지도 모르겠습니다.



꽃이 피고 꽃은 봄을 데불고 올 것입니다. 한층 포근해진 공기와 습도에 제 맘에도 봄을 얹어 보니 그리운 이 아지랭이 처럼 피어났습니다. 그 길을 꽃 같이 걸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