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그리움 / 이용악

#경린 2012. 2. 1. 09:56

 



그리움 / 이용악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우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인사동 한 카페 벽에 이 시가 적혀 있었다. 검정 매직으로 단숨에 쓴듯한 글씨는 백무선 기차보다 빨라 보였다. 나중에 들었는데, 김지하 시인이 써놓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시를 중얼거리다 보면, 이용악 시인 대신, 김지하 시인의 깊은 목소리와 힘찬 육필이 떠오른다. 부디 암송해보시기를. 하지만 술 마시고 외우지는 마시기를. 그랬다간 '어쩌자고' 뜰에서 함박눈처럼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 이문재

 


마음 속에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도 없건만 이 시를 읽으니 이슬방울 또르르 그 곳엔 눈이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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