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산경 / 도종환

#경린 2012. 2. 5. 12:51

 



산경 / 도종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시 속의 나는 산 '옆에' 있다. 산의 위나 아래, 앞이나 뒤가 아니라 옆이다. 상하 혹은 전후는 지배 관계다. 위는 아래를 누르려 하고, 앞은 뒤를 무시하려 든다. 하지만 옆은 다르다. 옆은 바로 동행하는 사람의 자리다. 벗은, 사랑하는 이는 옆에 있다. 위로, 앞으로 나서기보다, 말없이 그의 옆으로 가자. 더불어 함께 가자. - 이문재

 



가끔 절에 가면 나도 아무 말 않고 산 옆에, 절 옆에, 나무 옆에.... 옆에 가만히 앉았다가 온다. 옆, 곁....... 가만히만 있어도 든든한 친구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로망 노년에는 자연 옆에서 가끔 오고가는 꽃잎과 바람을 맞으며 사는 것 흐르는 냇물에 호미 씻으면 내 손에 묻은 흙 절로 씻겨 내려가는 그런 삶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처마 끝에 풍경하나 달고.......

 

'맘가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꽃 / 함민복  (0) 2012.02.11
커피 / 윤보영  (0) 2012.02.10
그리움 / 이용악  (0) 2012.02.01
닿고 싶은 곳 / 최문자  (0) 2012.01.29
뿌리, 꽃을 보다 / 박상률  (0) 2012.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