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폐허 이후 / 도종환

#경린 2012. 6. 20. 09:12

 




폐허 이후 / 도종환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곳에서나 함께있는 것들이 있다. 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버린 골짜기에 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며 흘러간다.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의 바깥은 없다 / 도종환 희망의 바깥은 없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 싹튼다 얼고 시들어서 흙빛이 된 겨울 이파리 속에서 씀바귀 새 잎은 자란다 희망도 그렇게 쓰디쓴 향으로 제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지금 인간의 얼굴을 한 희망은 온다 가장 많이 고뇌하고 가장 많이 싸운 곪은 상처 그 밑에서 새 살이 돋는 것처럼 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 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어라 희망의 바깥은 없다

 




지금의 힘들고 아림이 그대에게는 쓰디쓴 향으로 희망을 올리는 거름 상한 마음과 고통은 세월의 물결 위에 얹고 절망의 진흙탕속 남은 씨앗 다독여 새로운 교훈으로 싹 틔우소서 그 속에서 자라 난 열매 더 곱고 단내 날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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