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비 오는 날 바지락 넣은 손수제비 끓여 드리고 싶나니 / 허망에 관하여 - 김남조 / 비에 정드는 시간-신현림

#경린 2012. 9. 1. 18:57

 




비에 정드는 시간 / 신현림 와인 같은 저녁 비가 오시네요 제 팔이 고무줄처럼 늘어난다면 그대 있는 먼 곳까지 커피를 타 드리고 싶군요 바지락 얹어 손수제비를 해 드리면 수제비가 섬처럼 이쁘다 흐뭇해하실 때 제 팔이 잉어가 되어 달콤한 노래 들려주면 힘이 나시겠죠 비가 오시니 마음까지 불을 때야겠어요 우리는 나약해서 불이라도 안 때고 커피라도 안 마시면 더욱 쓸쓸해집니다 산도르 마라이의 멋진 소설 『열정』을 읽다가 우리를 이어 주는 열정은 이 비 냄새라 생각했어요 비에 정들듯 어서 그대와 정들면 좋겠어요

 




허망에 관하여 / 김남조 내 마음을 열 열쇠꾸러미를 너에게 주마 어느 방 어느 서랍이나 금고도 원하거든 열거라 그러하고 무엇이나 가져도 된다 가진 후 빈 그릇에 허공부스러기쯤 담아 두려거든 그렇게 하여라 이 세상에선 누군가 주는 이 있고 누군가 받는 이도 있다 받아선 내버리거나 서서히 시들게 놔두기도 하는 이런 일 허망이라 한다 허망은 삶의 예삿일이며 이를테면 사람의 식량이다 나는 너를 허망의 짝으로 선택했다 너를 사랑한다

 




허망 [虛妄] : 기대와 달리 보람이 없고 허무하다 허망..... 삶의 예삿일이 허망인가... 그 예삿일 중 하나가 사랑인가.... 살다보면.... 한참을 정신없이 걷다 뒤 돌아보면 부질없고 허무의 연속이기는 하겠다만서도... 무엇을 위해 허덕이며 뛰어왔나 하는 생각 종종 들기도 한다만서도..... 허망이 아니고 의욕이고 생의 원동력이라 하고 싶은..... 그것이 삶의 양식이든 일상이든 원동력이든 네 열쇠꾸러미는 너에게 있고 나는 너를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하는 허망의 짝으로 선택하였다. 살며 사랑하며 익숙하게 스며 들어 비 오는 날 바지락 넣은 손수제비 끓여 드리고 싶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