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이기철-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 지나고 나면 모두 추억이어라

#경린 2012. 9. 2. 00:45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 이기철 저녁이 되면 먼 들이 가까워진다 놀이 만지다 두고 간 산과 나무들을 내가 대신 만지면 추억이 종잇장 찢는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겹겹 기운 마음들을 어둠 속에 내려놓고 풀잎으로 얽은 초옥에 혼자 잠들면 발끝에 스미는 저녁의 체온이 따뜻하다 오랫동안 나는 보이는 것만 사랑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것도 사랑해야 하리라 내 등뒤로 사라진 어제, 나 몰래 피었다 진 들꽃 한 번도 이름 불러보지 못한 사람의 이름 눈 속에 묻힌 씀바귀 겨울 들판에 남아 있는 철새들의 영혼 오래 만지다 둔 낫지 않은 병, 추억은 어제로의 망명이다 생을 벗어버린 벌레들이 고치 속으로 들어간다 너무 가벼워서 가지조차 흔들리지 않는 집 그렇게 생각하니 내 생이 아려온다 짓밟혀서도 다시 움을 밀어 올리는 풀잎 침묵의 들판 끝에서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살아가는 것이 언제나 그렇지만 참으로 녹록치가 않다. 어린시절 무지개 같을 것만 같았던 어른으로 살아내어야는 시간들이 꿈꾸는 세상이 아님을...남은 시간들도 역시.... 돌아다보면 텅빈 가슴, 허무한 삶의 시간들 그래도.... 지나고나면 모두 추억이더라 지금 이 순간... 사소하게 주고 받는 말 한마디도 스치듯 흘러가는 웃음도....펑범한 일상 모두 모두 흐르는 시간과 함께 분주히 추억을 만들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