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겨울에 핏빛 꽃을 피우는 나무 - 동백나무 / 동백꽃 그리움-김초혜

#경린 2012. 12. 30. 19:26

 



겨울에 핏빛 꽃을 피우는 나무 동백나무 꽃은 원래 겨울에 핀답니다. 그러나 간혹 이른 봄에도 피어나기 때문에 '봄을 알리는 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동백나무의 원래 고향은 남쪽 섬 지방이랍니다. 그 곳에서 동백나무는 1월부터 꽃을 피우는 겨울꽃이라고 하는게 맞습니다. 그런데 동백나무가 북쪽으로 올라와 꽃을 피우려니, 1월의 추위를 견디지 못해 봄이 되어야 겨우 꽃을 피우는 것이지요.

 



유용하지만, 무엇보다 꽃이 아름다운 나무 동백나무는 우리 조상들의 삶에 늘 가까이 있었어요. 화력이 좋아 땔감으로 많이 썼으며, 재질이 단단해서 얼레빗, 다식판, 장기짝, 가구 등 다양한 생활 용구를 만들어 쓰기도 했답니다. 또한 동백나무 씨에서 짠 동백기름으로는 머리카락을 부드럽고 멋스럽게 손질했지요. 약재로의 쓰임새도 적지 않았답니다. 동백 가운데 흰색으로 피는 꽃을 물에 끓여 마시면 여자들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되며, 말린 잎을 가루로 빻아 물에 반죽해서 타박상을 입은 부위에 바르면 금새 낫는답니다. 최근에는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에 동백기름의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꽃이 송이째 뚝 떨어지는 낙화의 신비 우리 삶에 친숙했던 만큼 동백나무가 복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방에서는 동백나무를 불길하게 여기기도 했지요. 꽃이 질 때 한 잎 한 잎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붉은 꽃송이가 통째로 뚝 떨어지는 까닭에 사람들이 동백나무 꽃을 불길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를 놓고 제주도 사람들은 마치 죄수의 목이 툭 떨어지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매우 불길하게 받아들였지요. 집 마당에 동백나무를 심으면 도둑이 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있답니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대부분 동백나무 꺾어 망치를 만들어 마루에 걸어 놓으면 악귀가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답니다. 또 전염병을 옮기는 귀신은 평소에 동백나무 숲에 숨어 사는데, 꽃송이가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귀신이 죽는다는 미신도 있답니다. 일본에서도 동백나무 망치를 허리에 차고 다니면 나쁜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고규홍의 <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 중에서

 



동백꽃 그리움 / 김초혜 떨어져 누운 꽃은 나무의 꽃을 보고 나무의 꽃은 떨어져 누운 꽃을 본다 그대는 내가 되어라 나는 그대가 되리

 



엄동설한 속 햇살을 저 혼자 다 받은 듯 붉은 핏빛의 선홍으로 화르륵 피어나는 꽃 꽃이 피기까지의 많은 세월을 안고 떨어짐일까 금빛가루 아직 채 그 빛을 잃기도 전에 미련없이 후두둑 떨어지는 화염 꽃이 피기는 어려워도 지는 건 한 순간 생각할 틈도 없이 순간을 안고 툭 떨어지더만 애달픈 그리움은 한참을 그대로 붉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