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대로

아련한 풍경이 거기에 있었네 . 창원 동판지의 꾸미지 않은 길을 걷다

#경린 2013. 2. 5. 11:26

 



아련한 풍경이 거기에 있었네 / 경린 따사로운 햇살 내리는 날은 겨울이 가는 듯 구름이 내려 앉으면 겨울이 머무는 듯한 계절 물안개 걷힌 부드러운 저수지의 옆구리 밟고 서니 아련한 풍경이 고요를 안고 들어온다 물속에 뿌리 내린 나무들이 울타리 되어 단단한 땅 위의 나무들을 부러워하지 않고 물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친구삼아 언제나 그자리 그대로 그 곳을 지켜주는 동판지 물살을 일으켜 적막을 가르는 앙징맞은 물오리들의 나들이 그러나 먹이찾는 자맥질 소리마저 잠겨 버리는 고요 자박자박 물풀 밟는 연인들의 발소리 조차도 반가움이겠다.

 



분명 저수지에는 붕어도 살고 가물치도 살고 여러 살아있는 것들이 살고 있을 터이다. 흐린 날의 고요속으로 햇살 비치는 따사로움 깃들면 여기저기 저수지 구석구석 잠자던 붕어들 겨울의 먹빛을 토해내 아가미 벌룸벌룸 하품하고 물위로 뛰어 오르며 햇살놀이를 할 것이고 갈잎으로 시든 잎들 사이에 창포의 초록이 입술을 내밈이 고운 창포꽃도 어쩌면 볼 수 있으리 하나 둘 간간히 철새는 찾아 온 듯하나 무더기로 날아갈 일 없겠고 물오리는 텃새인 듯하니 반영의 물그림자와 노니는 고요는 언제라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주남지는 찾는 이들을 위해 꾸미고 다듬어 둔 곳이라면 바로 옆의 동판지는 전혀 꾸미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꾸미지 않음이 더 낯설기도하고 불편하기도 한 현실이 더욱더 아련함으로 다가 오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 물속의 나무들이 벗어 놓은 신발에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 꼬물꼬물 자불고 있는 봄이 되면 아련한 그 풍경의 그 곳 다시 가 봐야겠다. 물안개 피어나는 아침이면 더 좋겠다.^^ 2월을 시작하며 창원 동판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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