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풍경소리

진해 성흥사 / 청량한 바람의 대장동계곡

#경린 2013. 6. 1. 20:57

 

진해지역 유일의 천년고찰이기도 하고 문화관광부에서 지정한 창원시 3곳의 사찰 중 하나라고 하는 성흥사를 가 보고 싶어 주말을 이용하여 내려온 아들을 운전시켜 집을 나섰습니다. "엄마, 그 절에 가 본 적 있어?" "아니 처음 가 보는데 진해 불모산에 있다 하고 그 절이 이러이러 저러저러 하다고 하니 네비 따라 같이 한 번 가보자"

 

대장동 마을입구는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인지 도로를 더 넓히는 것인지 큰공사가 한창이라 흙먼지가 많이 났습니다. 인터넷에서 보았던 효자비의 모습이 나타나메 성흥사 입구의 마을에 다 도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엄마, 왜 이렇게 멀어? 여기는 어떻게 알았어?" 엄마가 가자고하니 무조건 따라 나선 아들은 생각보다 먼 거리에 엄마 혼자 왔으면 어쩔뻔했어를 연발합니다. 혼자서도 잘 다니는디.....생각보다 멀기는 멀었습니다.^^

 

마을은 아담하니 한 눈에 쏘옥 들어왔고 슬레이트나 기와를 얹은 오래 된 집들이 많이 눈에 띄었으며 구획정리하지 않은 밭들이라 그런지 예전의 모습 그대로 층층이 돌을 쌓아 올린 밭둑이 참으로 정겹게 들어왔습니다. 산을 타고 내려오는 큰 계곡이 있어 마을에 돌들이 많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마을의 모습이 정겹고 살가워 그대로 유지가 되면서 향토적인 모양새를 갖추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지역의 주민들은 생각이 다를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마을이 끝나고 산의 초입이 나타날 즈음 대장동계곡을 낀 공원이 나타나자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계곡의 물소리가 어우러져 환하게 들려왔습니다. 여기서 잠깐 저기서 잠깐... 사진을 찍기 위해 몇 번이나 차를 세워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아들은 군소리 하지 않고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을 때까지 기다려 주었습니다.^^

 

시민들의 쉼터가 될 수 있도록 잘 정비 해 놓은 공원에 무리무리 지어 앉은 가족들의 풍경이 아름다웠습니다. 집에서 장만해온 음식들을 펼쳐 놓고 먹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성주사 계곡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기도 하였습니다.

 

차를 주차하고 오르니 탑돌이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석탑이 나타났습니다. 성흥사 7층석탑이라고 하네요. 아들과 합장을 하고 석탑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아들은 정신적인 문제로 현재 입원하고 있는 군후임의 안녕을 빌었을련지도 모르겠습니다. 성흥사로 향하는 내내 그 후임의 이야기를 나누었던지라...... 사회에서 문제(왕따 등)가 있었다해도 군입대를 하면 일단은 새로운 세상이고 새로이 만나는 인연으로 새롭게 재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그렇지 못하고 잘 적응 해 내지 못하는 후임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석탑에 서서 바라본 성흥사는 천년고찰이라는 사찰이라기 보다 아담한 사대부집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성흥사의 뒷배경이 되어 주는 산은 굴암산 또는 팔판산이라 하는데 이 산의 인근에서 여덟정승이 나왔다하여 팔판산이라 불리기도 했다합니다. 팔판산의 모산은 불모산이며 부처님의 산으로 김수로왕의 부인 허왕옥이 이 곳 불모산에서 일곱아들을 출가시킨데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성흥사가 굴암산 주능선을 오르는 출발점이라 그런지 주차장에는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속세와 불세의 경계선 역활을 하는 천왕문 또한 절 규모와 같이 여느 사찰의 우람한 천왕문과는 달리 아담한 사이즈(?)였습니다. 대웅전이 천왕문과 일직선상으로 배치가 되어 있었으며 범종루, 나한전, 삼성각, 요사체, 선방 등의 건물이 오목하니 둥글게 모여 있어 자그마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성흥사 [聖興寺] 는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대장동 굴암산[ 팔판산(八判山)]에 있는 절인데,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범어사의 말사이다. 신라시대 833년(흥덕왕 8)에 무주(無住) 무염(無染)이 구천동에 창건했다. 창건 당시에는 승려 500여 명이 머물렀던 큰 규모의 절이었으나, 1109년(고려 예종 4) 무렵 화재로 소실된 뒤 대장동으로 옮겨 중창했다. 그러나 1668년(조선 현종 9) 화재가 다시 발생해 구천동으로 옮겼다가 1789년(정조 13) 현재의 위치로 옮겨 중창했다.

 

이 절의 창건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한다. 826년(흥덕왕 1) 이 지방에는 왜구의 피해가 극심하여 왕이 몹시 근심하였는데, 어느 날 왕의 꿈에 백수노인이 나타나 지리산에 있는 도승(道僧)을 불러 왜구를 평정하게 하라고 당부했다. 왕은 곧 사신을 보내 도승을 모셔 오게 해 간절히 부탁했다. 도승이 팔판산 위로 올라가 한 손에 지팡이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배를 몇 번 두드리니 뇌성벽력이 천지에 진동하므로 왜구들은 신라 군사들의 함성으로 착각하고 달아났다. 그 도승이 곧 무염이었으며, 왕은 무염에게 재물과 전답을 시주하여 절을 창건하게 했다고 한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중창 당시의 건물인 대웅전(경남유형문화재 152)을 비롯하여 최근에 주지 성법(性法)이 신도회의 도움을 받아 중건한 나한전·칠성각·천왕문·요사채 등이 있다. 이 전각들에는 불상 6위, 나한상 16위, 불상의 연화대좌 3기, 목제 연화대좌 1기 등이 있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사천왕상이 있는 천왕문을 들어서니 좌로 선방과 우로 요사체가 보였습니다. 요사체에 문이 참 많네 하는 생각을 하며 한참을 바라 보았더랬지요.^^

 

요사체 앞 마당에는 보랏빛 향기 고운 수련도 이뿌게 피어 있었습니다.

 

"아유~ 엄마 올챙이들이야~" 수련꽃들 사이사이 올챙이학교는 오늘도 수업중이라 분주하였습니다.

 

절마당으로 들어서면서 제일로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약수였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그런지 내려오는 모양새도 소리도 청아하였고 물맛도 좋았습니다.

 

대웅전으로 오르는 10개 계단을 올라 범종루를 지납니다.

 

대웅전의 모습이 단아한 여인네의 모습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얌전하고 다소곳하면서 아담한 여인네의 모습말입니다. 아마도 그러한 느낌은 주택의 정원 같은 느낌이 드는 잘 정돈된 정원과 여느 절집마당의 흙마당이 아닌 잔디와 토끼풀이 어우러진 마당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당에는 민들레와 토끼풀, 그리고 키 작은 들꽃들이 잔디 사이사이 무리지어 피어있었는데 나비들도 나풀나풀 많았습니다.

 

대웅전 오른쪽 낮은 계단을 오르면 삼성각이 있습니다.

 

삼성각을 나와 대웅전 왼편에 나한전으로 향합니다. 대웅전 오른편에는 키가 큰 목련나무가 있었습니다. "야, 너 이렇게 큰 목련나무 본 적 있냐?" "목련나무 자체가 어떤나무인지를 모르는구만 뭐" "아이고..봄에 아이스크림 같이 하얀 꽃 피는 나무있잖아" "아...아니..근데 엄마, 우리나라에서 제일로 큰 절은 어디야?" "글쎄....어디일까?"

 

멀리서도 한 눈에 띄었던 목백일홍의 동글동글 메달린 등 수령이 꽤 되는 듯한 목백일홍은 한여름 꽃이 피어났을 때, 그 자태와 주위 풍광은 한층 더 아름다울 것임을 아니봐도 장담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 나무가 목백일홍이야. 창원시내 가로수에 여름에 빨간꽃 피는 나무 있잖아" "아..그렇구나...나무가 멋지게 생겼네" ^^

 

성흥사 왼편 계곡 위에 지지대를 하고 보호하는 수령높은 느티나무가 멀리서도 한 그루 보였었는데 집에 와서 사진을 정리하며 보니 아마도 저 샛문을 열고 나가면 그 나무를 만날 수 있고 계곡과도 이어 지는 듯 합니다. 기와지붕 뒤로 그 나무의 잎이 살째기 보이는 것이 문을 열고 나가보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아들과 함께 대웅전에 삼배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여기저기 자박자박 아담한 절간을 둘러 보고 되돌아 나왔습니다. 대웅전에서 바라다 보이는 풍경의 잘 다듬어진 정원수도 향긋한 차향이 나는 듯한 선방도 깔끔하면서도 아담 해 보였습니다.

 

범종루 뒷편으로 보이는 항아리들도 정겹습니다. 천왕문에서 합장하고 나오니 계곡의 물소리 여전히 청량히 들려 왔습니다.

 

숲이 울창하고 시원하여 무더운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엄청시리 붐빈다고 합니다. 한여름 바깥기온과 엄청난 온도 차이를 보이는 계곡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인지라 목백일홍 필 때 다시 갈수 있을란지는 모르겠습니다.^^ 오고가는 길가에는 유난스레 산딸나무 흰꽃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모를때는 보아도 무심히 지나치다가 친구님들 블방에서 보고 눈으로 익히고 나니 멀리서도 하얗게 나비가 나폴나폴 앉은 모습이 반가웠고 다시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