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빗소리 . 왈 / 박건호

#경린 2014. 8. 20. 23:18

 




빗소리 / 박건호 빗소리를 듣는다 밤중에 깨어나 빗소리를 들으면 환히 열리는 문이 있다 산만하게 살아온 내 인생을 가지런히 빗어주는 빗소리 현실의 꿈도 아닌 진공상태가 되어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눈을 감으면 넓어지는 세계의 끝을 내가 간다 귓속에서 노래가 되기도 하는 빗소리 이 순간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왈 / 박건호 나는 유행가 가사를 썼다 돈이 될 것 같아서 첫사랑의 여자를 어디론가 보내버리고 쓰러지기 직전까지 골을 혹사했다 그 사이 여러 명의 신인가수가 탄생했다가 은퇴를 했고 먹고 사는 데야 지장은 없지만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다 가사를 써 준 사람들 앞에서 침을 겔겔겔 흘리다 보면 무엇인가 자꾸 더러웠다 더러워서 더럽지 않은 곳을 찾다가 그만 똥을 밟았다 그때 어떤 시인이 왈 내가 쓴 시는 요즘 쓰는 다른 시의 경향과 다르고 시대적 감각이 뒤진다고 말했다 나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다시 유행가 가사를 썼다 작곡가들이 너무 시적이라고 한다 다시 시를 썼다




박건호 시인은 조용필의 모나리자, 나미의 슬픈인연 등 대중가요 3000여곡의 작사가로 더 유명합니다. 작사가로도 시인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 한데 시인은 문단에서도 가요계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에 풍자를 보내네요. 비 오는 수요일.... 빨간 장미를 사기 위해 꽃집을 찾아도 좋을 듯하고 해물파전에 동동주 한 잔 해도 좋을 것 같은데 비가 와도 너무 많이 억수로 쏟아집니다. 밖에서 들려 오는 아스팔트와 차바퀴 사이에서 내는 소리가 무서울 정도로 요란 한 것이 조런 낭만이고 뭐고 집에 갈 일이 걱정........^^ 평안의 자리에 앉아 빗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이 생각 저생각.......커피향까지 더해지면 시인의 말처럼 어느새 내인생을 가지런히 빗질 해 주고 있는 빗소리^^

곰취나물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