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연분홍빛 풍경 / 신달자

#경린 2015. 4. 7. 10:52

 



연분홍빛 풍경 / 신달자 첫딸이 연애를 시작할 때 나까지 세수를 깨끗이 하고 한자리에 가만있지 못하고 참 이상했어 젊은 남자를 보면 저 남자? 이 남자? 상상이라는 참 예쁜 새를 날리며 손이라도 은근히 잡나 내 손끝이 파르르 떨리는데 사람들은 내 볼이 연분홍빛이라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묻곤 했어 그 딸의 아들이 연애를 한다고 소문날 때쯤 딸은 참 어수선하게도 들락거리며 스마트폰을 집었다 놓고 놓았다 다시 살피는데 아들 방을 종일 왔다리 갔다리 하는 그 딸의 얼굴이 참 희한하게도 즐거운 실연인지 처음 보는 연분홍빛이라는 걸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니까.

 


나는 연애결혼을 하였고 울오빠는 친구에게 여동생을 소개 받아
결혼을 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름방학을 이용 해 집으로
놀러 온 울오빠를 보고 첫눈에 반한 올케언니가 언니오빠에게 
우리 오빠를 소개 시켜 달라 하였다하니 소개팅이라기 보다는
이것도 연애결혼이라고 봐야 할 것 같은데 아래로 두 여동생은
언니, 오빠를 다행히(?) 닮지 않아 친정어머니께서 중매장이
아주머니를 동원 해 여러차례 맞선을 통해 결혼을 시켰다.
(여기서 다행히는 순전히 울엄니 아버지 생각이신데 울형제들의
경우를 보면 그 다행히라는 말이 수긍이 가기도 한다.^^)
좌우지간 이렇게 여러번 두여동생이 맞선을 볼 때마다 울옴마는
새색시 마냥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나가셨더랬다.
옛말에 신부를 맞을 때 장모자리부터 먼저 보라는 말이 있다며
예비사돈이나 사위가 될지도 모를 첫인사에 당신이 선보는 자리인양
엄청 신경을 써셨다. 선보는 횟수가 늘어가면서 울옴마 장롱 속
한복 수도 빨주노초파남보 늘어갔다. 생각해보면 그 많은 한복을
해 주신 울아부지도 대단하셨던 듯 하다.^^

 


신달자님의 시를 읽으니 그 때 울옴마의 맘이 저랬나보다 싶기도 하다.
하얀 분 바르고 입술이며 볼에 발그레하니 색조화장까지 곱게 하시고
진달래 꽃잎 같은 한복으로 우아하니 한들한들 나가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고때만해도 참 고았는데 그 때만해도 키도 크고 쌩쌩 하셨더랬는데......
나도 몇 해 있지 않으면 며느리 사위 볼텐데 저렬려나...??
가만 생각 해보면 더할란지도 모르겠다. 평소 옷욕심이 많기도 하거니와
새식구를 맞아 들이는 일이 얼마나 설레이는 일인가... 당연지사이다....^^
그런데 사위를 볼 때는 설레임인데 며느리 볼 때는 아들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
핸드폰을 들었다 놓았다 똥 마려운 강생이 마냥 이 방 저 방을 왔다리갔다리 할라나..??
울옴마 올케언니에게 괜시리 히스테리 한 번씩 부리는 것을 보면
그 것 또한...흐미...아니여....나는 절때...안 그래야지...ㅋㅋ


사위 사랑은 장모, 며느리 사랑은 시어버지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생각해보건데 위 시와 같은 그 설레임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자연현상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아내보다도 아들보다도 며느리가 곱고
이뿌다는 말들을 많이 하고, 딸보다 남편보다 사위 온다하면 장모는
온갖 호들갑에 분주함을 더 떠는 것을 울집에서도 쉬이 볼 수 있다. ^^ 


초록이 중에는 '사위질빵' 넝쿨이 있다.
이 넝쿨의 이름유래를 보면 장모의 사위사랑이 얼마나 지극한지를 알 수 있다.
사위가 처가의 농사일을 헌신적으로 도와 지게를 질 때 사위를 너무나
아끼던 장모가 혹여 사위가 무거운 짐으로 인해 허리를 다칠세라 사위의
지게 질빵을 약하고 잘 부러지는 사위질빵 줄기로 달아주고 자신은 질기고
강인한 할미밀빵(할미밀망)줄기로 질빵을 사용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위를 자신의 몸보다 더 아끼는 장모의 사랑이 눈물겹고 아름답지 않은가,
가만 생각해보면 고거이 사위사랑인지 딸사랑인지...뭐 그것이 그것이겠지만...^^
하여 이 땅의 딸들은 이런 장모의 사위사랑을 박탈하여서는 아니되거늘
어이하여 내 주위에는 이리도 노처녀들이 많은지...에효 통재라 ......^^

 

사진 : 창원 팔용산 봉암수원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