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대화 - 신달자 / 진해 여좌천의 야경

#경린 2015. 4. 8. 10:31

 



대화 / 신달자 저건 무슨 대화인가 현관에 신발 두 개가 거꾸로 누운 채 겹쳐 있다 딸 신발이 눕고 그 위로 비스듬히 엄마 신발이 엎드려 있다 숲 속 햇살 아래인 줄 알고 있는가 오솔길 달빛 속인 줄 알고 있는가 오늘의 포옹은 신발이다 창 너머 흐르느 햇살과 중얼중얼 커피를 내리며 중얼중얼 설거지를 하며 혼자 중얼중얼 말해도 안 해도 저려저려 오래전 마음이라는 걸 서로 이식했다 서로 자기 손끝만 아리게 바라보는 내성적인 모녀를 신발이 대신해 엄마가 딸을 안고 딸이 엄마를 업었다고 생각하려 한다 아니다 서로 한순간 두 마음이 신발쯤에서 부딪쳐 부딪쳐 터지는 사랑을 온몸으로 어스러지게 껴안는 것이다

 



두 모녀가 얼마나 내성적이면 포개진 신발을 보며 그 맘을 대신할까 싶었다. 시 위를 밟아 내려오다보니 남에 일이 아니다 이 바쁜 세상도 그렇고 곧 부모품 훌훌 떠나버릴 아이들을 생각하메 혼자 덩그라니 남은 빈집에 아이들의 꺼나풀 하나 잡고 주저리주저리 혼자 중얼중얼 하는 내모습이 얹어 지더라

 



나는 성격이 내성적인 편이라 친구들도 맘 맞는 친구 몇 밖에 없고 말 수도 적은 편이다. 아이들은 다행히 그런 엄마 성격을 닮지 않아 밝고 명랑하며 활동적이라 친구들도 잘 사귀고 집에 오면 이 얘기 저 얘기 잘 떠들기도 한다. 특히 딸아이는 집에 있으면 나와 얼굴 마주 하고 있는 시간이 많고 심지어 제 방 놔 두고 잠도 꼭 나랑 같이 잔다. 다투고 난 뒤 삐져서 베개 들고 제 방 갔다가도 이틀 이상 제 방 천장을 보며 자 본 적이 없다. 그 뿐인가 제 이불을 배에 똘똘 말고 자면서 발은 또 내이불 속에 쏘옥 넣고 잔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친구들이나 주위 얘기를 들어 보면 사춘기 접어 든 이후로는 쇼핑도 나들이도 같이 안 갈려는 아이들이 많다는데 울 애들은 팔짱 끼고 함께 잘 다녀주니 생각 해 보건데 이 또한 얼마나 고마움인가 싶지만 그 고마움이 넘칠라고 한다. 요즘은 다들 집 떠나고 싶어 타지로 희망대학을 적는 추세인데 울 딸은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희망대학을 굳이 창원에 있는 대학으로 적어 담임쌤께 별종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한다. 내가 볼 적에는 "뭉디 가스나, 성적이 고것 밖에 안 되니께로 희망이고 지랄이고 간에 선택에 여지가 없는기 아이가?" 싶다. 아들애는 대학을 타지에서 보내 외로웠는지 힘들었는지 엄마 속도 모르고 창원에 있는 기업으로 취업을 해서 집밥 먹으며 다닐거라고 야단이다. 내 속내는 "문디 자슥, 이 질로(이 길로) 고마제발 지 살 길 찾아서 멀리 가 살모 조컷다. 기왕지사 멀리 가는거 서울로 가모 더 조켓꼬. 그 참에 서울기경이나 실컷 하그로.....ㅋ"

 



친정엄마와는 만나면 붙어 앉아 소곤소곤 아부지 험담부터 시작해서 온갖 얘기를 잘하는 편인데 친정아부지와는 대화가 없다. 항상 일방적인 아부지의 설교와 잔소리로 시작해서 당부로 끝이 난다. 아부지는 성격이 대쪽 같으시고 깔끔하셔서 정리정돈의 달인이시라 시의 그림처럼 아부지 신발이랑 내 신발이 포개질 일도 없을 것인디 우짜노... "내가 부러(일부러)라도 아빠 신발 위에 내신발을 살째기 어퍼 노모(엎어 놓으면) 울아빠는 분맹(분명) 빤다시 간조롬하게(반듯이 가지런하게) 놓을끼라 그것도 모질라서 깨깟이 단디(깨끗이 야무지게) 닦아 놓을끼라" 하기는 분명 내신발을 빤질빤질 닦으시면서 일방적인 혼잣말씀을 하실 것이다. "이 조막떼기(주먹)만한 발로 다닌다꼬..에효"로 시작하는 짠한 혼잣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