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우리도 꽃처럼 / 오광수

#경린 2015. 4. 20. 21:24

 



우리도 꽃처럼 / 오광수 우리도 꽃처럼 피고 질 수 있을까 길고 긴 인생 길, 피고지며 살 수는 없나 한번은 라일락이었다가, 이름없는 풀꽃이었다가 가끔은 달맞이 꽃이면 어떨까 한겨울에도 눈꽃으로 피어 동짓날 밤, 시린 달빛과 어우러져 밤새 뒹굴면 안될까.

 



맹렬하게 불타오를 땐 아무도 모르지 한번 지면 다시는 피어날수 없다는걸 뚝뚝 꺾여서 붉게 흩어지는 동백꽃잎 선홍빛처럼 처연한 낙화의 시절에 반쯤 시든 꽃, 한창인 꽃이 그립고 어지러웠던 청춘의 한 때가 그립네

 



막 피어난 백목련, 환하기도해라 그 그늘 아래로 조심스레 한발씩 저승꽃 피기 전, 한번쯤 더 피어나서 궁상각치우로 고백할 수 있을까 봄바람 가득한 꽃들의 가슴에 사랑한다고 저릿한 고백 할 수 있을까 단 한번 피었다가 지는 사람꽃

 



단 한번 피었다 지는 사람꽃 올해는 이 사람으로 내년에는 저 사람으로 태어 날 수는 없지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도 하지 않는가 어린아이의 눈빛은 순백의 목련보다도 더 순수하고 수시로 까르르 웃는 소녀들의 볼은 진달래빛 보다도 곱다. 화사한 라일락꽃의 자태로, 붓꽃같은 단아함으로, 장미보다도 더 열정적인 정열로, 함박꽃의 넓은 가슴이었다가 아픈 바늘꽃의 비수가 되는가 하면 변덕 심한 수국의 심술까지 하루하루 꽃 피우고 있는 것이 사람꽃이 아닌가 싶다. 수수한 들꽃이 되어 툇마루에 앉아 되돌아 보는 삶 저승꽃 피기 전에 또 어떤 꽃으로 피어날지 궁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