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 / 안도현 맨 처음 마당가에 매화가 혼자 꽃을 피우더니 마을회관 앞에서 산수유 나무가 노란 기침을 해댄다 그 다음에는 밭둑의 조팝나무가 튀밥처럼 하얀 꽃을 피우고 그 다음에는 뒷집 우물가 앵두 나무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피어나고 그 다음에는 재너머 사과밭 사과나무가 따복따복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사과밭 울타리 탱자꽃이 나도 질세라, 핀다 한번도 꽃 피는 순서 어긴 적 없이 펑펑, 팡팡, 봄 꽃은 핀다.
시를 읽으며 꽃피는 이미지 하나하나에 미소 짓다가 한 번도 순서 어긴 적 없이에서 멈칫했다. 왠지 순서 안 지키면 안 될 것 같은....^^ 아마도 안도현 시인님께서는 이 시를 꽤 오래 전에 쓰신 듯 하다. 요즘은 꽃들이 순서를 지키지 않으니 말이다. 기온이 높아져 어쩔수 없이 참지 못하고 펑펑 팡팡 순서 없이 지 멋대로 피어난다. 뭐든 질서정연하고 순서대로이면 다행이고, 보기도 좋고, 행복할 수도 있겠지만 꽃들이 순서 안 지키고 마구 피고 싶을 때 피어난다고 해서 불편하다거나 이뿌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지 않은가 살아가면서 가끔은 그 순서를 어기고 싶을 때도 있다. 본의 아니게 부족하여 뒤쳐지면서 순서를 어길 수도 있다.
사진 : 경산 반곡지의 4월 봄날
분홍빛 복사꽃과 연두빛 왕버들 나무 하얗게 반짝이는 저수지의 물빛 봄햇살을 품어 그 물빛 아래로 내려 앉은 연두의 향연
경산 반곡지는 봄 사진 찍기에 유명한 사진 명소이다. 그 유명세을 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자 관광지로 변신을 하여 복숭아 과수원 절반이 사라지고 그 곳에 주차장이 만들어 졌다. 좋은 것 보다는 아쉬움이 크다.
수백년 된 왕버들이 저수지에 살째기 발 담그고 간지럼을 태우고 있다. 요로코롬 황홀스런 연두빛 소삭임을 보신 적 있으세욤? ^^
바람이 심술을 부리자 물 속 깊이 품었던 연두를 놓치고 만다. 아쉬운 잔물결만 일렁일렁
복사꽃 아래서는 누구나 봄처자가 되어 어우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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