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옴마 나 이거 사줘!

#경린 2015. 8. 4. 21:53

"옴마, 나 이거 사줘!"



딸냄이가 카톡으로 보내 준 한 장의 사진 때문에 하루종일 웃었다. 웃다가 옛날 저 산 뒤에 있는 그 옛날 생각이 나기도 했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울집에 메리라는 암놈 땅개가 한마리 있었다. 그 시절에는 강생이에게는 '메리' 고양이에게는 '나비'라는 이름을 많이 붙여준 것 같은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좌우지간 남의 집 메리는 모르겠지만 울집 메리는 땅개치고는 참 인물도 좋고 몸매도 아담하고 영리하기도하여 이웃의 사랑을 많이 받았었다. 지금 생각 해 보건데 땅개라 몸집은 작았지만 사뭇 진돗개를 닮았던 것 같다. 근데 땅개라는 개종자...ㅎ 종자...ㅋㅋ 품종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렸을 적에 부모님께서 메리는 땅개라서 작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하...근데 땅개가 어떤 개지? 모를 때는 네이버양에게 물어 보는게 상책 땅개는 다리가 짧고 하루종일 어슬렁거리는 우리나라 토종개란다. 1. 키가 아주 작은 개 2. 키가 작고 됨됨이가 단단하며 잘 싸다니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3. 땅강아지(땅강아짓과의 곤충)’의 방언(강원, 경상, 전라) 4. 육군을 낮추어서 부르는 말 - 군대에서 보병중 소총병을 의미하는 은어 2번의 땅강아지의 경상도 방언은 사실 땅개와는 발음이 다르다. 땅강아지를 땅-개가 아니라 땅을 짧고 높게 개는 뽀인트를 실어 땅깨라고 한다.^^ 울집 메리는 새끼를 자주 낳았더랬는데 한 번 낳을 때 너댓마리씩 낳았던 것 같다. 너무너무 귀엽고 귀여웠던 그 강아지들이 눈을 뜨고 젖을 땔 무렵이 되면 어느 순간 없어져 버렸다. 우리가 학교 간 사이에 말이다. 강아지들의 행방을 안 것은 장날과 학교 안가는 날이 겹쳐졌을 때 였던 것 같다. 울할머니께서 바구니에 메리의 강아지들을 담고 나보고 같이 가자고 하셨다. 집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에 정기적으로 열리는 동물장에 팔러 가는 것이었다. 딱 위의 저 사진의 숫자에서 동그라미 하나만 빼면 그 모양새가 똑 같다.^^ 그 때는 울할머니 외에도 저렇게 강아지를 파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디 강아지 뿐이겠는가 온갖 종류의 동물들을 다 팔았더랬다. 강아지 다 팔고 뒷짐 진 할머니의 손과 엉덩이 사이에서 할머니의 걸음 박자에 맞춰 팅팅 탄력 좋게 튕기던 빈바구니를 바라보며 맘이 쨍하면서도 아이스께끼의 맛은 달콤하였다. 술 좋아하고 노래 좋아하셨던 할머니도 새삼 보고 싶고.....^^

 

호동이와 어린호리



울 애들이 자꾸 강아지를 기르자고 야단들이다. 오데서 주겠다고들 유혹을 많이 하니 주기적으로 강아지 타령을 한다. "너거들 둘만 해도 옴마는 넘쳐나고 충분하거든"하며 나는 결사 반대다. 사진을 보며 한 참을 웃다가 반짝 떠 오른 생각 "강생이 델꼬 오면 울집도 요 사단이 날것인께 알아서들 혀? 태야는 알지 할머니가 호동이를 할아버지 몰래 팔고 와서 난리 났던 거" 개를 유독 좋아하시는 친정아버지께서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얻어와 키우신 적이 있는데 마당에서 키우는 진돗개 호리와 집 안에서 키우던 호동이 두 마리였다. 호리는 몸집은 호동이보다 컸지만 어린 강아지였고 호동이는 꽤 나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호동이는 집 안에서 키우다보니 목욕이며 잠자리며 모두 아버지께서 손수 챙기셨다. 아버지가 그렇게 유독 이뻐해서 일까 옴마는 온 집안이 호동이 털 때문에 못 살겠다며 아부지 출근하신 틈을 타 아부지 몰래 장에 가서 위 모양새를 하고 딱 저 돈을 받고 호동이를 팔아버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오신 적이 있다. 간만에 친정 나들이 갔더니 집안이 완전 살벌 그 자체 알고 보니 그 사단이 나 옴마 아부지가 며칠 째 냉전 중이었던 거다. ㅋ 아부지는 누구에게 팔았는지 어디로 갔는지 말하라고 야단 옴마는 모르세로 일관...^^ 엄마도 호동이를 예뻐 하시고 호동이도 엄마를 잘 따랐는데 저 이뿌고 귀여운 녀석을 어디로 팔려 가는 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단 돈 5000원에 팔아버리고 오시다니....울옴마는 그 때 왜그러셨을까?? 어쨌던 마당있는 집에 살 때까지 강아지는 절대 노 이다. 강아지를 위해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도 당근 모두를 위해서... 아파트 분양을 받아 놓았으니 사실 강아지 키우기는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이거나 아이들 지네들이 시집 장가가서 키우든지 말든지 내 사전에 집 안에서 강아지 키우기는 절대 아니되올시다다.^^

아들애(3살 때)와 호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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