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은 타고 오를 그 무언가가 없으면 바닥에 엎드려 살아야 한다.
비가 오면 온몸에 흙탕을 뒤집어 쓰면서도 어쩔수 없다.
맨날 보는 것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 뿐일수도 있다.
꼬불꼬불 온 힘을 다해 넝쿨을 뻗어도 오를 곳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언제나 바닥인 인생..
다행이다.
저 나팔꽃은 아주까리를 친구 삼아서....
아주까리 잎이 우산도 되어 주고
울타리도 되어 주고
서로가 서로의 친구가 되어
서로가 서로의 선물같은 존재로
땅 / 안도현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에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랏빛 나팔 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하리
하늘 속으로 덩굴이 애쓰며 손을 내미는 것도
날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다만 나팔꽃이 다 피었다 진 자리에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보랏빛 나팔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