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그리운 나무-정희성 / 홍매화-도종환 / 그리움-김용택 / 매화 앞에서-이해인

#경린 2018. 2. 14. 20:37


 

 

 

그리운 나무 - 정희성

 

 

사람은 지가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그 사람 가까이 가서 서성대기도 하지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을 가지로 뻗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노목의 위엄을 뽐내며 해마다 고운 꽃을 피워내는

김해건설공고 매화나무

 

오랜세월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봄을 알리며

피워올리는 그리움

 

살아있으므로

사랑하여

그리웁기에

가지를 내고 꽃을 피워

향기로 전하는 속내

 

해가 묵을수록 바람에 실어 보내는 노목의 연가는 짙어지고
그리움이 서리서리 엉겨 쌓이며 더 깊어진다.

 

사람의 그리움도 나무를 닮아야 할 일이다.

그윽하고 우아하게

 


 

 

홍매화 - 도종환

 

 

눈 내리고 내려 쌓여 소백산자락 덮어도
매화 한송이 그 속에서 핀다

나뭇가지 얼고 또 얼어
외로움으로 반질반질해져도
꽃봉오리 솟는다

어이하랴 덮어버릴 수 없는
꽃같은 그대 그리움

그대 만날 수 있는 날 아득히 멀고
폭설은 퍼붓는데

숨길 수 없는 숨길 수 없는
가슴 속 홍매화 한 송이


 

 

 

매화는 겨울과 봄사이 찬바람 속에 피어나는 꽃이라

더욱 반갑고 더 그리운가 보다.

 

암만 추워도 그 곳 거기 그 매화

올해도 애절히 피었다 속절없이 지리라 

 

 

 

 

그리움 / 김용택

 

매화꽃이 피면

그대 오신다고 하기에

매화더러 피지 말라고 했지요

그냥 지금처럼

피우려고만 하라고요



 

 

그리운 사람이 왔다가 잠시 머물다가는 서운함보다는

기다리는 설렘이 차라리 나은게다.

필락말락 야무진 모양새를 보니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는 알싸한 기분이 든다.

 

매화가 서둘러 피지 말라고 찬바람이 자꾸 부나보다.

 

 

벚꽃과 닮았으나 야단스럽지 않고

배꽃과 비슷하나 청승스럽지 않아

그윽한 자태에 기품있는 매화

       

매화 꽃말 : 고결 . 기품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 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잎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 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은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괜찮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친구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 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이해인 <매화 앞에서> 중에서

   

 


 사진 : 지나갔던 해 봄 김해건설공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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