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비야 이제 그만 좀 오렴

#경린 2020. 7. 29. 17:00

장마가 길어지니 힘들다

실내가 너무 눅눅하고 외출도 질척임 때문에 여의치가 않다.

뙤약볕에 힘들어하던 초록이들 한동안은 비가 반갑다며 생글 대었는데

지금은 이제 그만.......초록대궁이 물러질까 걱정스럽다.

 

비가 계속 이어지니 엄마 아부지 산책도 못 나가시겠다.

전화 해 보니 역시나......아부지 습함에 힘드시다고 푸념이셨다.

"제습기를 돌리세요"

"우리집에 제습기가 어디 있는데?"

세상에나 이적지 제습기 있는 것을 모르시는 것을 보면

한 번도 가동을 안 했다는 소리...ㅠ.ㅠ

엄마에게 가르쳐 드리기도 했는데 전달이 제대로 안 된 듯...

 

"아버지, 천정형 에어컨 켜고, 리모컨에 운전 버튼을 몇 번 누르면

제습이라는 글이 나올거에요. 그러면 제습이 되니까

덜 눅눅하고 좀 쾌적 해 지실거에요. 해 보세요"

"응. 그래...잠깐만...어...나오네...알았다"

 

 

먹먹해졌다.

예전 아버지께서는 전자제품 사용은 물론 뭐든 척척 못하시는 것이 없었는데

에어프라이어를 사다 드려도, 청소기를 사다 드려도......

핸폰 바꾸는 것도, 차를 바꾸는 것도.....모두 힘들어하신다.

하....고거 신기하네 하시면서도 사용해 보시라 하면

"아...몰라 몰라 됐다 고마....도로 가져가라

야는..골치 아프게 이상한 건 사 와 가지고 피곤하게 하노"

살도 쏘옥 빠지시고 그만큼씩 삶에 대한 신비감도 도전도...빠져 나가시는 듯하다.

 

 

비야 이제 그만 좀 오렴

울아부지 어머니 햇살 아래로 마실 나가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