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좌충우돌 베란다 놀이터 1년

#경린 2021. 2. 16. 08:23

작년 2월 이전 한 학원은 뒷베란다가 꽤 넓습니다.

집에 있는 화분도 가져가고 꽃시장 가서 이것저것 맘 가는 것 마다 사들고 왔습니다.

흙을 퍼다 나른다고 지기는 고생을 하였지만 저는 참말로 신이 났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어딜 제대로 가지는 못했는데 부산 석대 꽃시장은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 듯 주말마다 갔던 것 같습니다. 석대 꽃시장도 코로나 타격을 입어서인지 예년에 비해 사람의 발걸음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주말마다 등장하는 저 부부는 뭐하는 사람들이지? 하고 보았을 지 모릅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비리비리 하던 앵초가 야외 베란다로 이사 온 것이 반갑다는 티를 내며 제일로 먼저 꽃을 피웠습니다.

도심의 건물이 밀집 해 있는 사이의 베란다라 햇살의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꽃들에게는 아파트 베란다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 해 주는 듯하였고 차례대로 꽃을 피워 주었습니다. 아무려면 실내와는 비할바가 못되는 것이었고, 흙장난하는 것도 훨씬 자유롭고 재미가 있습니다.

 

여름이 되니 제법 초록이들이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하지만 일찍 그늘이 져 부족한 햇살 때문인지 과실 나무는 잘 되지 않았습니다.

고추, 토마토, 오이와 같은 열매 맺는 것들은 시원찮았습니다.

여름에 꽃을 피우는 메리골드도 비실비실하여 1층상가 주차장 마당에 갖다 심어 주었더니 베란다보다는 나은지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습니다. 역시 대지의 힘을 따라 가기 위해서는 많이 연구하고 노력해야합니다.

 

에어컨 더운 바람 때문에 초록이들이 상처를 입지않도록 판넬을 이용해 외기 앞을 막았는데 에어컨에게는 좋지 못한 영향을 주어 한참 더울 때는 찬바람이 제대로 나오지가 않았습니다.

 

 

7월말과 8월초의 더위는 에어컨도 몸살을 앓을 정도라 외기 앞을 막은 이유로 냉기가 약해졌습니다. 어쩔수없이 외기를 막았던 판넬을 다시 떼 내었는데 판넬을 어찌해야할까 숙제였습니다. 부피도 상당하고 ....궁리끝에 화분 받침대로 삼았습니다. 화분이 베란다 난간 위로 올라가니 환기에도 도움이 되고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판넬을 드러내니 에에컨 외기의 모습이 또 보기 싫어졌습니다.

지기에게 나무를 이용해서 요래요래 짜 달라고 하니 이번에도 뚝딱뚝딱 만들어주었습니다. 손재주 좋은 사람있으니 별별 주문을 다 하는데 다 만들어주니 그저 고맙습니다.

 

학원 이전을 하고 화분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제가 꽃을 좋아하니 그런 듯합니다. 몇개월 실내에만 있어 상태가 나빠지는 것 같아 모두 베란다에 내다 놓았더랬습니다. 그런데 태풍이 불어 넓은 잎을 가진 아이는 잎이 찢어지고 키가 큰 아이는 줄기가 부러지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단도리를 한다고 했는데도 그모양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베란다가 빙 돌아 건물로 싸여 있어 날아간 화분은 없었습니다. 찢어지고 부러진 아이는 집으로 데려와 보살폈더니 지금은 많이 회복이 되었습니다.

 

흙놀이하고 베란다에서 물을 편리하게 사용하라고 수돗간도 만들어 주어 요긴하게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추워지면 비닐 온실도 만들어 준다하였는데 지기가 너무 바빠져서 그냥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였습니다. 가격대비 괜않았습니다. 요즘은 중국산 공산품이 제법 잘 나오는 편입니다. 예전에는 품질이 떨어져 중국산은 기피하였는데 갈수록 중국산의 상품들도 품질이 좋아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거대 중국이 얼마나 창대 해 질 것인지 세계가 주목할 수 밖에 없는 한부분입니다.

 

에어컨 외기와 판넬을 햇살과 바람이 조금 나은 쪽에 설치를 하여 비닐하우스 둘 곳이 마땅찮았습니다.  그늘이 잘 지는 곳만 자리가 있어 거기에 설치를 하였더니 지난 한파에 동사하여 죽은 꽃나무가 여럿입니다. 예전 양지바른 곳에 비닐하우스를 하고 겨울을 보냈던 주택 생각만 하고 이런저런 환경 생각을 못한 짧은 생각이 낳은 참사였습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매일 출근하여 환기를 위해 하우스 문을 열어놓는데 한참 추웠던 겨울 어느날 하우스 문을 밤중까지 열어 놓고 늦게 닫은 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때 화를 당하였던 것 같습니다. 환기도 중요하지만 차가운 바람은 꽃들에게 아주 해롭다는 것을 여럿 보내고야 깨달게됩니다. 다가오는 겨울에는 판넬을 한쪽으로 치우고 그 자리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야겠습니다.

 

수도꼭지는 얼어 터질까봐 보온재로 감싸고 비닐로 또 감싸고 하우스처럼 비닐로 바람을 막아 주었다가 날이 좀 풀린 듯하여 비닐로 하우스처럼 씌운 것만 어제 벗겨 내고 물청소를 하였습니다.

 

 

좌충우돌 베란다 초록이 키우기 1년이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주인이 아직 많이 미흡하여 제대로 자리를 못 잡았지만 꽃들은 나름 이쁜 모습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계절마다 순서대로 피어나 환한 웃음을 주는 꽃들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요. 

아 그런데 치자꽃을 보니 맘이 아프네요.

재작년에는 밖에서 월동을 하여 그냥 비닐하우스에 넣지 않고 두었더니 죽기 일보직전이 되었습니다.

올겨울이 확실히 춥기는 추웠던 것 같습니다. 아니 재작년 겨울이 넘 따뜻하였던 것 같습니다.

 

작년에 방울토마토는 몇개 열렸더랬는데 토마토는 달랑 한개 열렸습니다.

고추는 여러개 따다 먹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생각했던 것 만큼 튼실하게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한 듯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안 심을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베란다에는 노지월동이 가능한 식물들을 키워야 할 듯합니다.

겨울에 비닐하우스도 추위를 막아 주기에는 역부족이고 실내에 들이기에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올해는 저 이쁜 난타나도 볼 수 없습니다.

분명 남녘에서는 노지월동이 가능했더랬는데 동사를 해 버렸습니다.

비닐하우스에 두었다가 안 되겠다 싶어 실내로 들였는데 좀 늦어버렸습니다.

햇살 잘 드는 남쪽 베란다의 비닐하우스였다면 느끈히 겨울을 났을 것인데 안타깝고 이렇게 경험을 하며 우리 베란다의 환경에 대해 알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반짝 생각이 난 것인데 봄이 오면 동생 밭에 가서 에메랄드 그린을 데불고 와야겠습니다.

에메랄드 그린은 추위에도 강하고 자랄수록 자태도 귀티나고 멋스럽습니다.

데려오면 좋긴하겠는데 화분에서 잘 자라 줄지는 의문입니다. 이것도 경험을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지금은 베란다가 황량합니다. 그래도 동백나무 두그루가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앵초와 수국이 싹을 올리고 있고, 수선화도 뾰족뾰족 제법 잎을 올렸습니다.

 

 

 

 

작년 가을 벤치를 만들어 베란다를 꾸미고 겨울이 되었습니다.

벤치 위에는 지붕도 만들어 비도 피할 수 있고 피곤할 때는 벌렁 누워 있어도 되는 넉넉한 사이즈입니다. 그래라고 지기가 만들어 주었습니다.^^

얼른 봄이 오면 좋겠습니다. 작년보다 올해가 더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요령이 생겼거든요.^^

베란다에서 흙장난도 하고 꽃들이랑 얘기도 나누고 커피도 마시고......

작년 겨울 주인장의 어설픔으로 동사 한 초록이들 모두 걷어내고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작년보다는 분명 좀 더 나아진 주인장이 되지 않을까요?^^

생명 가진 것에 대한 것의 배움은 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고 역시 직접 체험이 최고입니다.

초록이 키우는 것이나 농사는 자연의 힘이 큰 것이라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또 꽝인지라 역시 이것은 다년간의 경험이 따라주어야 하는 일입니다.

좌우지간

일을 하는 공간에 이런 숨쉴 공간이 있다는 것은 참 고맙고 행운인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손재주 좋은 지기가 있는 것도 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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