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관심2

#경린 2010. 3. 19. 13:05

 


여름을 마무리하고 가을을 앞세우는 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이른 아침!!! 창밖으로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보다 눈길이 마당 한쪽을 차지하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화분 쪽으로 쏠렸다. 여름내내 주인이 돌보지 않았더니 잡초가 무성하여 화초를 키우는 분인지 잡초를 키우는 분인지 분간이 안가는 몰골의 화분이 더러 눈에 띄어 .... 모자 하나 푹 눌러 쓰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기분 좋게 맞으며 화분손질에 나섰다.

 


잡초를 뽑으니 뿌리를 깊이 내리고는 절대로 뽑히지 않겠다고 아니 뽑힐 수 없다고 용을 쓰는지라 화분이 들썩들썩..... 그렇다고 내가 질쏘냐...ㅋㅋ 본 주인보다도 더 깊이 뿌리를 내리기도 하고 아예 주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기세등등하게 화분을 차지 한 것도 있고... 화초는 잡초 속에 파 묻혀 보이지도 않는데 잡초는 있는 뽐 없는 뽐 다 재고 있는 분도 있고 그 동안 무심했던 마음을 용서라도 받듯 하나하나 잡초를 몽조리 뽑아내었다. 잡초도 생명이라 뽑는 내내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았으나 ...... 내화초들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잡초 중에서도 안면 있고 내맘에 드는 녀석들은 고대로 두었다. 땅빈대는 작년에는 없었는데 어디서 씨가 날라 왔는지 자리를 제법 잡고 자기만의 색깔로 보란 듯 눈을 굴리고... 제비꽃은 작년에 내가 밭에서 캐다 심었는데...옮겨다만 놓고 무심한 것에 서운했는지 포기를 많이 늘리지 못했고.. 괭이밥은 비에 다 녹았는지 아니면 갈 때가 되어 졌는지 잎이 얼마 남지 않은 앙상한 몰골이 영 말이 아니고.... 뱀고사리는 여러해 전에 시부모님 산소 가는 길에 그 잎이 하도 시원하고 풍성하여 한 무더기 가져와서 화단가에 심었는데 고것역시 지 사는 곳 아니라 그런지 마이 번성하지를 몬 했고.... 아무래도 주인의 무심함 때문이리라...

 


발걸음 바쁘게 늘 그 앞을 지나치면서도 무심하게 휙 하고 가 버리는 주인을 보며 나의 화초들은 얼마나 서운하였을까?? 그 예쁜 자태들 오데로 다 사라지고 때깔 없고 폼 나지 않는 화초들을 보며 그것이 미안해서인지 아니면 무심한 나의 게으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안면이 없거나 흔히 풀이라고 하는 잡초들은 인정사정 없이 뽑혀져 던져 지고... 마당가운데 한 무더기 쌓인 잡초더미... 뽑혀져 나가야 하는 그 생명과 보호 받으며 대우받는 생명을 번갈아 보면서 왠지 모를 만감이 교차함은... 온 몸을 간질이던 잡초를 뽑아 주니 하나 둘 고운 자태 드러나고.... 아고~~ 이제 살 것 같다 기지개 켜 듯 비속에서 허리 쭉 피고 빵끗 웃는 화초들.....

 


빗방울을 머금고 웃는 그 웃음이 우찌나 싱그럽고 이뿌든지.... 손 길 한 번 주니 저리 곱고 이쁜 것을.... 그 와중에도 얼굴 찡그리고 그 고운 비를 맞고도 웃지 못하는 돈나무... 암만해도 뿌리가 병이 난 것 같다.. 올 해도 예외 없이 알수 없는 그 애벌레가 돈나무 뿌리를 다 갉아 먹고 있는 모양... 뿌리를 애벌레에게 다 갉아 먹히고도 비명 한마디 못 지르고 그저 주인이 함 봐주기만 기다리고 있는 저 가여운 것... 몸을 주체 못하고 픽 쓰러져 있는 것도 보인다. 내일은 저 돈나무 분들을 다 엎어 봐야 겠다 그리고는 애벌레 사냥을 해야 할 듯.....^^ 2008. 처서를 하루 앞두고 비 옴 / 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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