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비를 좋아하는 사람

#경린 2010. 7. 18. 12:37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 조병화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 비가 오는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란다.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에... 한 줄의 시를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이란다. 함박눈 내리는 밤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도 꼭 닫힌 창문으로 눈이 가지지 않는 사람은 사랑의 덧을 모르는 가엾은 사람이란다.







비오는 날에 / 경린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귀로 눈으로 가슴으로 손으로 발로 만지며 걸어보았습니다. 우산 위로 사정없이 떨어져 경쾌함으로 전해지는 빗방울의 노래가 좋았습니다. 온몸으로 스며들어 뻥 뚫린 공허함까지 적셔주는 빗줄기의 시원함이 좋았습니다. 발가락 사이사이로 빠져 나가 가고 싶은 대로 유유히 흘러가는 빗물의 자유로움이 좋았습니다. 화분궁둥이 마다 찍어 놓은 빗방울의 천진스런 발자국 따라 잃어버린 동심으로 뛰어보았습니다.






딸아이가 중학교에 갓입학하여 처음 입어 보는 교복에 신바람이 나 있던 3월의 어느 봄 날 딸아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학교로 좀 와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우리딸이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질렀나 엄청 놀라고 가슴 철렁하였더랬다. 그냥 평범하고 내가 보기에는 문제가 없는 아이라고 평소 생각하는데 밖에서야 우찌 생활을 하는지 장담할 수가 없으니 학교로 가는 내내 조마조마 쿵쿵이었다. 비가 많이 내리던 날이었다. 이유인즉 몇몇아이들이(그 중 한 아이가 울 아이) 점심시간에 비를 쫄딱 맞으며 수돗가에서 물을 신나게 틀어놓고 물장난을 쳤다는 것이다. 선생님께서 부르자 부름에 대답하지 않고 줄행랑을 놓아버렸단다. 항상 무리지어 다니고 쉬는시간 수업시간 어찌나 떠드는지 그것도 문제란다. 그기다가 오늘은 비오는 날 수돗가에 나가 단체로 비를 쫄딱 맞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깔깔거려 온교실에 많은 아이들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르는 상황 그 와중에 내 여고시절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여고시절 단짝 친구가 여섯... 울 여섯명도 항상 뭉쳐다녔다. 쉬는 시간도, 점심시간도, 하교길도.... 물론 떠들기도 엄청 떠들었다. 어느 비오는 봄 날 학교 옥상에 올라가 신나게 비를 맞으며 옥상 난간의 이 쪽 끝에서 저 쪽 끝까지 두 팔을 벌리고 뛰어 다녔던.... 뒷산의 분홍빛 벚꽃이 함께 웃었고 첨벙첨벙 옥상바닥의 작은 물웅덩이들도 우리랑 같이 춤을 추었던..... 그 뒤는 어떻게 되었었는지 기억에 없는 것을 보면 그냥 별일 없이 지나간 것같다. 그 때로부터 강산이 세 번정도 변할려고하는 지금에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벚꽃 흐드러지게 핀 봄날 신나게 쏟아지는 비 속에 교복을 입은 채 친구들이랑 손을 잡고 뛰어다니며 깔깔거리고 있는 여고생들이다.





나는 지금도 그 때 그 여고시절 빗속을 뛰며 환호를 질렀던 모습이 생생하고 그 때가 그리워 가끔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슬며시 혼자 우산을 들고 어디를 간다 온다 메세지하나 남기지않고 직장에서 일탈을 하여 하염없이 걸을 때가 있다. 차마 우산을 안 쓸 수는 없어 우산을 쓰고 차마 맨발로 뛸 수가 없어 슬리퍼 신은 발로 걷기만 하지만... 그래도 양말은 안 신는다..ㅋ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이 생각 저 생각 ... 떠오르는 것도 많고 정리되는 것도 있고 두서 없이 혼자 중얼중얼 하기도 하고.... 어쨌거나 그러고 들어오면 한결 기분이 좋다. ^^ 비 맞고 들어와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와 그 향기.......음....^^ 비를 맞고 뛰어들어오는 아이들을 볼 때도 야단치기보다는 수건을 먼저 챙겨준다.





고삐풀린 망아지 같았던 초딩의 티를 벗기고 중학생으로서의 기강을 잡아야하는 3월에 선생님께서 내린 최선의 방책에 죄송하다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하고 돌아서 왔다. 그 날 딸아이는 참 많이 울었었다. 자기가 잘못을 하여 엄마가 학교로 불려왔다는 죄책감에서...... 학교에서 수업시간 진행중 인 상황이었고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으로서 피치못할 상황이 아닌 의도적인 행동으로 비를 쫄딱 맞은 것은 잘못 된 것이라고... 학교의 교칙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기본 없는 행동은 잘못 된 것이라고...... 교과서적인 말만했다. 이궁.... 우짜모 옴마를 닮아가지고.... 비 오는 날 좋아하는 것까지 닮았냐.... 그렇게 비 맞으니까 좋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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