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7월 비온 뒤 어느 월요일 오후에

#경린 2010. 7. 12. 23:14




뭔가 붙들고 있다가 놓아 버린다는 것은 허망한 일 인 것이 분명한가보다. 허공에 소리치는 것 같이 되돌아오는 것 없는 무의미한 일임을 알면서도 나 스스로 어떤 위로를 받고 싶어 의미를 부여하고 꼭꼭 잡고 있던 것 이제는 것도 지쳤는지 하기 싫어졌다. 그런데 잡고 있던 끈을 슬쩍 놓으며 돌아서는 발길이 이해 못하리만치 허망하다. 살짝 몸살기까지 동반하고 있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폴나폴 잘도 날라가는 그 모양새가 밉다.





자꾸 걷기만 했다. 아무 생각 없이.......터벅터벅......발길 가는대로... 학원 건물 뒤 주택가 변두리 쪽으로 발길이 향했다. 자투리땅을 이용한 텃밭들이 간간히 있어 초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언제 호출이 올지 몰라 핸드폰 꼭 쥔 내가 답답할 때, 걷고 싶을 때 절로 발길이 향하는...... 참나리와 도라지꽃이 한창이었다. 하양과 보라가 적당히 섞여 핀 도라지꽃의 수수한 웃음이 풋풋하니 참 이뿌다는 생각 그에 반해 패랭이꽃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왠지 볼 때마다 시골소녀 같은 패랭이꽃은 지고 도라지꽃은 함박 웃는 때인가 보다....지금이....





지난 휴일 엄청 쏟아졌던 비에 도라지는 초록도 하양도 보라도 선명 해지고 패랭이와 둥글레는 초췌하게 쓰러졌다. 같은 비라도 맞는 이에 따라 다른 비가 되듯 호박꽃은 남이야 어떻던 더 노랗게 짙어지고 넝쿨은 더 힘차게 꼬불꼬불 뻗어나가는 것이 호박잎 찌고 풋고추 팍팍 넣어 보글보글 끓인 강된장으로 쌈 싸 묵으모 참말로 맛나것다. 그러면 몸살기도 싸악 씻어질 듯.......^^ 돌아오는 길에 화단에 널부러져 상처 투성이가 된 둥글레 두 포기랑 손 잡고 함께 왔다. 꼿꼿하니 심어주고 물도 줘야지.... 바람 부는 날 자연스러이 가야 할 때 고운 모습으로 갈 수 있게.......




7월 어느 여름, 울음도 웃음도 아니 떠오르는 날 비 온 뒤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이 참 고마웠다. 사진 : 풀꽃님 (http://blog.daum.net/wild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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