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붙들고 있다가 놓아 버린다는 것은
허망한 일 인 것이 분명한가보다.
허공에 소리치는 것 같이
되돌아오는 것 없는 무의미한 일임을 알면서도
나 스스로 어떤 위로를 받고 싶어
의미를 부여하고 꼭꼭 잡고 있던 것
이제는 것도 지쳤는지 하기 싫어졌다.
그런데 잡고 있던 끈을 슬쩍 놓으며
돌아서는 발길이 이해 못하리만치 허망하다.
살짝 몸살기까지 동반하고 있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폴나폴 잘도 날라가는 그 모양새가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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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걷기만 했다.
아무 생각 없이.......터벅터벅......발길 가는대로...
학원 건물 뒤 주택가 변두리 쪽으로 발길이 향했다.
자투리땅을 이용한 텃밭들이 간간히 있어
초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언제 호출이 올지 몰라 핸드폰 꼭 쥔 내가
답답할 때, 걷고 싶을 때 절로 발길이 향하는......
참나리와 도라지꽃이 한창이었다.
하양과 보라가 적당히 섞여 핀 도라지꽃의
수수한 웃음이 풋풋하니 참 이뿌다는 생각
그에 반해 패랭이꽃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왠지 볼 때마다 시골소녀 같은 패랭이꽃은 지고
도라지꽃은 함박 웃는 때인가 보다....지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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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휴일 엄청 쏟아졌던 비에
도라지는 초록도 하양도 보라도 선명 해지고
패랭이와 둥글레는 초췌하게 쓰러졌다.
같은 비라도 맞는 이에 따라 다른 비가 되듯
호박꽃은 남이야 어떻던 더 노랗게 짙어지고
넝쿨은 더 힘차게 꼬불꼬불 뻗어나가는 것이
호박잎 찌고 풋고추 팍팍 넣어 보글보글 끓인
강된장으로 쌈 싸 묵으모 참말로 맛나것다.
그러면 몸살기도 싸악 씻어질 듯.......^^
돌아오는 길에
화단에 널부러져 상처 투성이가 된
둥글레 두 포기랑 손 잡고 함께 왔다.
꼿꼿하니 심어주고 물도 줘야지....
바람 부는 날 자연스러이 가야 할 때
고운 모습으로 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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