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속 은빛 멸치 / 경린
원통속이 세상의 전부 인줄 알고,
그 곳이 제일 편안한 안식처요,
삶의 터전이었던 은빛멸치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은빛멸치는 자기가 살아가는 원통의 한 쪽으로
조금씩 들어오는 대양의 빛을 발견하였습니다.
원통속의 다른 멸치들은 그 빛을 보고도 못 본 척,
빛의 정체를 알고도 모르는 척,
그냥 보지 않으려고 두 눈을 감은 척,
그리고 아예 보지도 못하는 멸치도 있었습니다.
은빛멸치 역시 어느 날 우연히 그 빛을
발견하기 전에는 막연히 그런 빛이 있다는 얘기만
들었지 실제 보지도, 느껴본 적도 없었습니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원통 속과는 같은듯하면서 다른, 다른듯하면서 같은...
묘한 듯한 그 빛은 둥둥둥 은빛멸치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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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둥 울리는 북소리가 점점 커지고,
그 울림으로 원통의 작은 구멍은 더 커져
빛은 오색무지개로 들어왔고
은빛멸치를 더욱 강하게 끌어당겼습니다.
망설이고 망설이든 은빛멸치..
용기를 내어 오색으로 쏟아지는 빛을 따라
원통 밖으로 살며시 한 발짝 내딛었습니다.
어라!
원통 속을 나오면 죽는 줄 알았는데 죽지도 않고,
두려워했든 것 보다는 이제까지 느끼지 못 한
새로운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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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 속으로 다시 돌아와서 몇 날 며칠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은빛멸치에게는 빛을 따라 나간 대양이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새로운 것에 대한 다시 보고픔은
그리움이 되어 차곡차곡 쌓여만 갔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원통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자꾸 말립니다.
원통 밖은 마의 세계라고..두 번 다시 나가서는
안된다고 어른멸치들께 호통도 들었습니다.
또한 자기가 살고 있는 원통속이 대양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멸치들이 태반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랑 같이 그냥 여기 재미나고 알지게
지금처럼 지내자고 조르는 멸치도 있었습니다.
너 없이는 못 살아하고 눈물바람을 보이는
정들어 가슴 아픈 멸치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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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단 한 번 더 갔다 와 볼께.......
그래야 할 것 같아......원도 한도 없이...
그래야 할 것 같아...............
은빛멸치는 처음보다 조금 더 멀리까지 가 보았습니다.
조금 더.....조금 더......
그렇게 나아가다 모두들이 가지 말라고 말리는 곳까지
가 보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파도에 설레이는 물풀의 노래에 몸을 맡기고
여기 저기 자유로운 영혼 마냥 흘러 다녔습니다.
대양은 넓었습니다.
할 일도 많았습니다.
자유로웠습니다.
환희로웠습니다.
새로운 기쁨이 있었습니다.
설레임으로 전율하는 떨림이 있었습니다.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한 영혼의 울림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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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은빛멸치는 혼란과 혼돈 속에 빠져 원통속의 구석탱이에
쳐 박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넓은 세상,
그 곳으로 가고 싶어.....
그 곳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은빛멸치는 두려웠습니다.
빛을 따라 간 대양의 물은 원통속의 물과는 달랐습니다.
일정한 온도와 규칙적으로 파도가 일어나는
늘상 같은 색깔의 원통 속과는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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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덜렁 나갔다가 그 곳에
적응을 못하거나, 파도에 휩쓸려 버리면 어쩌지...
파김치가 되어 원통 속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원통 속에서 조차도 적응을 못 하게 되면 어쩌지....
그러면서 은빛멸치는 인어공주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동경의 세계를 찾아 모든 것을 버리고 갔는데
사랑을 받지도 못하고 물거품이 되어 버린........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는 그 순간에도 행복하였을까??
물거품이 되어가는 인어공주를 보면서 공주를
사랑하는 가족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은빛멸치는 어제도 오늘도 대양의 오색파도를 잊지
못하고 내내 몸살 스러운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고민을 해도 해도 혼란스럽고
더 아프고 그리울 뿐 답을 찾지 못한 채.....
원통 속에서 대양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염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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