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 중에서

#경린 2010. 7. 23. 08:47

땅 빈 대
 

사람을 생긴 그대로 사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평화는 상대방이 내 뜻대로 되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그만둘 때이며 행복은 그러한 마음의 위로받을 때이며 기쁨은 비워진 두 마음이 부딪힐 때이다.

까 마 중 / 먹 달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그냥 ‘물’이 아니다. 비만 오면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이 풀들이 아우성이야. 비가 온 다음날 운동 나가서 풀들을 들여다보면 말쑥한 자태로 하루 사이에 부쩍 자란 키를 자랑하고 있거든. 하긴 천지의 기를 담뿍 머금은 물을 원 없이 맞으니 어찌 좋지 않으리!

방가지 똥



자라고 영그는 데는 다 때가 있다. 세상 만물이 자라고 영그는 데는 다 때가 있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더러 아무리 공부해라 뭐해라하고 부모가 야단을 친들, 때가 아니되면 아무 소용이 없어,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서 언젠가 자신의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힘을 기다려 인내하고 있어야지,

며느리 밑씻개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년 똥 눌 때나 걸려들지....^^ 그동안 심술궂은 재소자들이 몇 번이나 뿌리를 뽑고 줄기를 동강내도 끊어진 자리를 땅에 꽂아 놓으면 억척스럽게 뿌리를 내리고 되살아나더라구. 아주 끈질긴 풀이야.

박주가리 덩굴



무릇 정성과 열심은 무언가 부족한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만약 내가 온갖 풀이 무성한 수풀 가운데 살고 있는데도 이런 정성과 열심을 낼 수 있었을까? 풍요로운 생활환경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열악한 생활환경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풍요로운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다.

딱 지 꽃



딱지꽃 - 나를 다스리는 꽃 아만(我慢). 자신이 남보다 훌륭하다고 망상하여 남에게 뽐내려 드는 방자한 마음. 그 많은 작은 꽃봉오리들이 모조리 다 꽃으로 피어나는 것을 보면 딱지꽃은 참으로 저력이 있는 풀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야생초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내 속의 만을 다스리고자 하는 뜻도 숨어 있다. 인간의 손때가 묻은 관상용 화초에서 느껴지는 화려함이나 교만이 야생초에는 없기 때문이지. 자연 속에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있을지언정 남을 우습게 보는 교만은 없거든. 남과 나를 비교하여 나만이 옳고 잘났다고 뻐기는 인간들은 크건 작건 못생겼건 잘 생겼건 타고난 제 모습의 꽃만 피워 내는 야생초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주 름 잎



묵내뢰(黙內雷) 겉으론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속으론 우뢰와 같다. “저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오리는 물 아래에서 얼마나 열심히 두 발을 움직여야 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내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잊을 만하면 풀섶 언저리에 한두 그루씩 심심하게 피어 있더라구. 남의 눈을 전혀 끌지 않으면서도 잊을 만하면 얼굴이 눈에 들어오는 꽃. 이름이 뭔고 하니, 주름잎이라 한다. 아무도 보아 주지 않는 저 작은 꽃을 피워 내기 위하여, 화단 구석의 내밀한 공간 속에 의젓하게 자리하기 위하여 쉼없이 움직이고 있는 주름잎의 내면을 그려 본다.

산 국



산국 - 국화 없는 가을은 없다. 산국의 꽃 크기는 직경 2센티도 되지 않지만 향내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옛날에 중국의 팽조라는 사람은 국화차를 먹고 1700세를 살았다는데, 얼굴빛은 17~18세와 같았다. 국화를 오래 복용하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며 쉬 늙지 않는다고 한다. 또 위장을 평안케 하고 오장을 돋우며 사지를 고르게 한다고 한다. 그 밖에도 감기, 두통, 현기증에 유효하다.

쇠비름 / 오행초(五行草)



쇠비름 - 가장 완벽한 야생 약초 초토화 된 속에서도 새롭게 피어나는 쇠비름! 쇠비름을 오래 먹으면 장수한다 하여 장명채(長命菜)라고도 한다. 비 한 방울 없이도 척박한 땅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비결이 무엇일까? 한 뼘도 안 되는 풀이지만 쇠비름은 전신으로 천기(天氣, 양),와 지기(地氣, 음)를 빨아들여 자신을 만든다. 생기(生氣)는 푸른색으로써 잎으로 나타나고,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성장하는 기운은 빨간줄기로 나타나며, 또 다른 쇠비름으로 변화하기 위하여 노란 꽃으로 나타나며, 땅 속의 필요한 모든 양분을 수렴하기 위해 하얀 뿌리로 나타나는가 하면, 마지막으로 쇠비름의 모든 것이 함재되어 있는 검은 씨로 나타난다. 잎은 간에 좋고, 줄기는 심장에 좋고, 뿌리는 폐에 좋고, 꽃은 위에 좋으며 씨는 신장에 좋다.

황 금



황금 - 화개반 주미취(化開半 酒微醉)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보기 좋고, 술은 약간 취했을 때가 기분이 좋다.“ 만개한 것도 볼 만하지만 아직 덜 핀 꽃망울을 들여다보는게 더욱 아취가 있는 꽃 황금이란 이름은 꽃이 아니라 이 풀의 뿌리에서 비롯된것이다. 뿌리 색깔이 황금빛으로 노랗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그 뿌리만을 약재로 쓰는데, 발열, 고혈압, 동맥경화, 담낭염,황달, 위염, 장염, 가슴이나 겨드랑이 밑이 답답할 때 등등에 쓰인다.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