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글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잎사귀 명상-이해인 / 나 하고 다름을 받아 들이는 것

#경린 2011. 4. 17. 20:59

 


photo by John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잎맥의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시가 되어 살아온다 둥글게 길쭉하게 뽀족하게 넓적하게 내가 사귄 사람들의 서로 다른 얼굴이 나무 위에서 웃고 있다 마주나기잎 어긋나기잎 돌려나기잎 무리지어나기잎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운명이 삶이 나무 위에 무성하다 잎사귀 명상 / 이해인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더 잘 보이듯이 누군가 내 곁을 따나고 나면 그 사람의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온다. 평소에 별로 친하지 않던 사람이라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크게 보인다. 우리가 한세상을 살면서 수없이 경함하는 만남과 이별을 잘 관리하는 지혜만 있다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웬만한 일은 사랑으로 참아 넘기고,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마침내는 이해와 용서로 받아 안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면서 말이다. 서로의 다름을 비방하고 불평사기 보다는 '이렇게 다를 수도 있음이 놀랍고 신기하네?!' 하고 오히려 감사하고 감탄하면서 말이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못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 서로의 다름을 머리로는 '축복으로 생각해야지.' 결심하지만 실제의 행동으로는 '정말 피하고 싶은 짐이네.' 하는 경우가 더 많기에 갈등도 그만큼 심화되는 것이리라. 나하고는 같지 않은 다른사람의 개성이 정말 힘들고 견디기 어려울수록 나는 고요한 평상심을 지니고 그 다름을 아름다움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한다. 꽃이 진 자리에 환히 웃고 있는 싱싱한 잎사귀들을 보듯이, 아픔을 견디고 익어 가는 고운 열매들을 보듯이....... 이해인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중에서




아들애가 자대로 배치 되기 전에 1박2일로 특박을 나왔다 가는 길.....데려다 주었다. 진해역에서 친구들과 만나서 들어가기로 했다하여 진해역으로 갔다. 네비게이션이 지난번 면회 갈 때와는 또 다른길로 안내를 해 주었는데 창원에서부터 진해역까지 가는 내내 양 옆으로 벚꽃가로수 길이었다. 이미 꽃은 그의 다 졌고 잎들이 나오고 있었다. 꽃이 지고 연두빛 잎으로 바뀌고 있는 순간이었는데도 수령이 오래 된 벚꽃 나무의 자태는 참 멋스러웠다. 잎과 꽃이 함께 핀 꽃들은 꽃이 피면 잎은 꽃에 가리어 보이지 않는데 봄을 알리는 꽃들은 참으로 지혜롭다. 꽃부터 피워내어 곧 봄이 올 것이라며 겨우내 삭막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피어나게 해 주더니 지고 난 뒤 잎들이 나와 싱그러움으로 초록물을 덩달아 올려 주니 말이다. 가까운 진해에서 계속 복무를 하였더라면 참으로 좋았을텐데.......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해거름의 짠함으로 꾸역꾸역 밀려오더라..... 어딜가도 적응을 잘하는 녀석이니....... 이번에도 잘 해 낼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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