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글

정평이 나 있는 작가들의 러브레터 / 장영희 '내생애 단 한번'의 <연애 편지> 중에서

#경린 2011. 10. 16. 10:54

 



나는 단 하루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단 하룻밤도 당신을 포옹하지 않고 잠든 적이 없습니다. 군대의 선두에서 지휘할 때에도, 중대를 사열하고 있을 때에도, 내 사랑 조제핀은 내 가슴속에 홀로 서서 내 생각을 독차지하고 내 마음을 채우고 있습니다. 나폴레옹이 조제핀에게, 1788년


 



난 열한시 삼십분에 들어왔습니다. 그러고는 줄곧 바보처럼 안락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 밖에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언제나 당신이 '사랑하는 당신'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있는 바보입니다. 나는 오늘 두 사람에게나 말도 하지 않고 냉정하게 굴어서 그들의 기분을 언짢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아닌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싶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조이스가 노라 바너클에게, 1904년


 



사랑하는 당신. 나에게 운율을 만드는 재주가 있었으면 합니다. 당신과 사랑에 빠진 이후 내 머리와 가슴속에는 언제나 시가 있습니다. 아니, 당신이 바로 시입니다. 당신은 자연이 부르는 달콤하고 소박하고 즐거운 노래와 같습니다. 너새니얼 호손이 소피아 피바디에게, 1839년경


 



사랑하는 당신이여,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토록 나를 괴롭히십니까? 오늘도 편지가 없군요. 첫번째 들어오는 우편에도 두번째 우편에도 말입니다. 이토록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시다뇨! 당신이 보내는 단 한 글자라도 보면 내 마음은 행복해질 텐데요! 당신은 내가 싫증이 난 것입니다. 그 외에 다른 이유를 생각해 낼 수가 없군요. 프란츠 카프카가 펠리스 바워에게, 1912년


 



눈과 서리 사이에서 꽃 한 송이가 반짝입니다. 마치 내 사랑이 삶의 얼음과 악천후 속에서 빛나듯이. 어쩌면 오늘 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난 잘 있고, 마음도 편안합니다. 그리고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당신을 더 사랑합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샤를로테 폰 슈타인에게, 1780년경


 



아무리 봐도 내용이 좀 유치할 정도로 상투적이고 단순해서, 복잡하고 난해한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는 작가들에 의해 씌여졌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편지들이다. 그건 아마 사랑 자체가 아주 순수하고 단순한 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불후의 명작을 남긴 서양의 대문호이든, 그 작가를 공부하느라 밤새우는 대학생이든, 늙었든 젊든, 부자든 가난하든,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본능이고, 이러한 본능은 군더더기 없이 꾸밈 없고 진실된 문제여야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장영희 '내생애 단 한번'의 <연애 편지> 중에서




사랑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떠 올리며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편지를 써 보자. 포장하지 말고 숨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담아서... 그대에게는 편지를 쓰는 그 순간의 달콤한 가슴설레임을 받는 그이에게는 사랑의 기쁨을 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