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향긋한 사철나무-구골나무꽃 / 꽃-김춘수

#경린 2011. 10. 27. 21:55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차가운 공기가 따스한 남녘에도 어김없이 찾아오고 아침저녁으로는 옷깃을 여미며 종종 걸음을 걷게 되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쳇바퀴 속 하루를 어찌 마감하였는지도 모르는 어수선함 속에서 차가운 공기를 거부하며 종종 걷는데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향기 음~~분명 꽃향기.... 이 차가운 날씨에도 꽃을 피우는 꽃이 있단 말인가....?? 어디서 나는 향기일까...? 내가 아는 호랑가시나무꽃향기 같은데..... 향기의 부름따라 가 보니 어둠속에서 아기자기한 하얀 미소를 보내며 손짓하고 있는 구골나무꽃

 




세상에나.. 나는 우리빌라화단에 구골나무가 있는지도 몰랐다. 매일매일 하루 최소한 두 번은 지나치는데 말이다. 어찌 여태까지 그 곳, 그 자리에 내가 좋아하는 그 향기를 가진 그 꽃을 몰라 보았을까.... 기억속에 익숙했던 그 향기로 나를 부르지 않았다면 영영 몰랐을것이다. 그 뿐인가.... 나는 지금까지 그 진한 향기를 가진 나무가 호랑가시나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니 호랑가시나무와는 모양새가 좀 다르지 않는가.... 물론 나처럼 호랑가시나무라고 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호랑가시나무는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빨간 열매를 맺어 크리스마스 장식에 사용하기도 하니... 아무래도 호랑가시나무는 아닌 듯...그럼 이름이 뭐지? 해서 '호랑가시나무 닮은 나무'로 검색을 하니 구골나무에 대한 여러글이 떴다.




대부분의 나무가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 영글이어 겨울휴식에 들어간다. 그러니 겨울에 꽃이 피는 나무는 많지 않다. 그래서 겨울에 꽃을 만나면 우리맘이 더 즐겁거니와 덩달아 희망으로 되어 들어오기도 한다. 그 흔하지 않은 겨울에 꽃이 피는 나무 암수딴그루인 구골나무가 그런 나무다. 11월부터 시작하여 늦게는 다음 해 1월까지 꽃이 핀다고 한다. 다른 나무들이 열매를 떨어뜨리며 겨울준비를 할 즈음 구골나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때로는 보란 듯이 강한 향기를 바람에 날리며 흰색의 꽃을 피우고 다른 꽃나무들이 꽃을 피우는 봄에 열매를 익힌다.

 




구골(枸骨)나무는 구연산(枸櫞酸)을 많이 함유하고 뼈 질환에 약효가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한다. 구골나무 꽃의 향기는 진하고 좋다. 아카시아향과 비슷한데 그 보다 훨씬 향기가 진하고 멀리까지 간다. 꽃향기가 만리까지 멀리 간다고 하여 만리향으로 불리기도 하니 꽃이 피는 시기에는 그 향기에 취하지 않고는 옆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덜덜 떨게 하는 요즘 토닥토닥 위로하듯 나를 불러 주는 향기에 취하듯 이끌리듯 지나간다. ^^ 요럴때는 컴에서도 향기를 전할 수 있었으면 참 좋으련만.. 아니면 투명한 유리병에 가득 담아 보내줄꺼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