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남자가 환생한 꽃-상사화 / 상사화-이해인

#경린 2011. 8. 14. 13:35

 

 



상사화 / 이해인 아직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오랜 세월 침묵 속에서 나는 당신께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 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왔습니다 죽어서라도 꼭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세월은 돌고 돌고 다시 상사화 피는 계절이 오고 어김없이 상사화는 땅에 홀로 꽃대를 올려 피고 있다. 아주 이른 봄이면 잎이 비늘줄기에 모여 나지만 장마가 오기 전, 꽃이 나오기 전에 잎은 말라 죽는다. 잎이 완전히 없어진 여름 오직 꽃대만을 올려 꽃을 피우는 상사화 그러니 잎과 꽃이 절대로 같이 만날 수가 없다. 이쯤되면 꽃에 얽힌 전설이 있을 법....
상사화는 나팔꽃과 같이 몇 안되는 남자가 죽어 환생한 꽃 옛날 한 마을에 너무나 사랑하는 부부가 아이가 없어 간절히 소망한 가운데 늦게야 태어난 아이가 딸이였다 합니다. 고명딸로 태어난 아이는 부모님에 대한 효성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그 기쁨은 온 마을에 자랑으로 소문이 자자했답니다. 그러다 아버님이 병이들어 돌아 가시어서 극락왕생하시라며 백일동안 탑돌이를 하였는데 처녀를 지켜 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큰스님 시중드는 스님 누가 볼세라... 마음을 들킬세라... 안절 부절 두근반 세근반 분홍빛으로 물들어 가슴이 애절한 가운데 말 한마디 못하고 어느듯 백일은 다가왔으니 불공을 마치고 처녀가 집으로 돌아 가던 날 스님은 절 뒤 언덕에서 하염없이 그녀의 모습을 그리워하다 그만 그날부터 시름 시름 앓기 시작하여 운명을 달리 했다 합니다. 그 다음해 봄 절가에 곱게 핀 한 송이 꽃이 그 스님의 무덤 옆에 언제나 잎이 먼저나고 말라 스러져야 꽃대가 쑥~하고 올라와서는 큰 꽃송이를 고개가 무겁게 피었던지라 이름하여 상사화라 한답니다. 세속의 여인을 사랑하여 말 한마디 못한 그 스님의 애절함이... 그래서 "이룰수 없는 사랑"이 꽃말이라 합니다

 



상사화 / 경린 한여름 뙤악볕에 당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네요 내 안에는 당신만이 가득한데 살아생전 만나지 못하고 어긋나기만하는 우리의 인연 그대 떠난 빈들에 홀로피어 혼자만의 아픔 혼자만의 기쁨으로 가을바람을 맞습니다 반쪽으로 온것의 역할을 해야 하는 삶이 가끔 눈물겨워도 못 견디게 밀려오는 그리움에 뼈를 삭혀 오늘도 저를 곧추세웁니다 죽어서라도 꼭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