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여덟 애기야'는 알겠는데 '호루라기 강아지 애기야'는 뭐야?? 귀여운 울짜롱이의 질문

#경린 2012. 3. 8. 09:56
귀여운 울 짜롱이



12월의 문턱 새벽에 비가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진 주말 저녁 친구랑 영화 보러 갔던 딸애를 픽업해서 일주일치 장을 보러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멋 부리다 얼어 죽는다 라는 말 딱 들어맞을 만치 딸아이는 옷을 얇게 입고 나가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발발이 마냥 떨고 있었다. 요즘 사춘기라고 입고 다니는 것이나 하고 다니는 모양새 모두 맘에 들지 않는터인데 발발이 마냥 오돌오돌 떨고 있는 것을 보니 으이그 싶으기도 하고 꽁꽁 얼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싶으기도 하고...^^


"옷 좀 따뜻하게 입고 다녀라 그기 뭐꼬.." "깜박하고 파카를 두고 나왔어 아~~~ 배고파 엄마 밥 먹기부터 하자 돈이 없어서 쫄쫄 굶었단 말야" "왜?? 영화비에 밥값까지 다 줬잖아??" "밥 값은 무슨....영화보고 노래방 가니깐 딱 맞더구만" 참말로 요즘 애들이란..... 밥 대신 노래방 가서 노래 실컷 불렀단다. 지지바(여자아이) 셋이서....하이고...... 나 같으면 밥 묵지 노래방은 안 가겠구만.... 그러고는 짱구(머리)를 막 회전 시켜 보았다. 나도 예전에 그랬었나하고........


아니 나는 절대 먹는 것을 포기 해 본 적은 없는거 같다. 특히나 딸아이 나이 때의 열 세살 때는 더 더욱 더 그랬었을 것 같다. 형제가 넷이다보니 먹을 때는 완전 젓가락전쟁이 벌어졌었던...ㅎㅎ 지금도 역시나 니 묵을거 할래 노래방 갈래 하모 당근 묵을 것 짚을 것이다. 먹는 것에 있어서는 '묵자'하는 머리의 신호가 떨어짐과 동시에 내 입은 가리는 거 없이 다 먹어 주니 참말로 어떤 때는 내 몸에게 미안할 때도 종종 있다. 먹을 때는 즐거운데 고거이 모두 살로 가서 별로 아름답지 몬하게시리 자리 잡고 앉으니... 나이 드니 인자는 먹는 것도 맘대로 몬 하겠고...치


어쨌거나 저녁 밥 맛나게 먹고 카트를 밀며 여기저기 마트를 누비고 다니는 동안 딸애는 오늘 보았던 영화며 있었던 일들을 미주알 고주알 참새처럼 쫑알거렸다. 딸애가 본 영화는 '2012년'이라는 영화로 2012년에 지구가 물에 의해 멸망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인류에 대한 이야기......... 오잉~~내가 낮에 인디고소년의 기사들에서 본 내용과 일치하는 영화내용이라 딸애와 나는 주거니 받거니 제법 대화가 되었다. 결론은 둘 다 낙관적... 설마 2012년에 영화나 인디고아이들 기사처럼 지구가 멸망하기야 할라고...... 맛난거 마이 사 가지고 우야든둥 내일 맛난거나 마이 해 묵자......^^


영화를 보고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어떤 젊은 부부가 싸우고 있더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 보는데도 아랑곳 않고 두 사람은 큰 소리를 내며 크게 싸우더란다. "엄마, 남자도 잘 생겼고 여자도 참 예쁘게 생겼던데 왜 싸우는지 몰라 것도 사람들 다 보는데서" "이뿌고 잘 생겼다고 싸움 안 하간디" "근데 그 이뿐여자가 싸우면서 남자한테 욕을 하는데... 애들도 보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욕을 하는지 몰라" "뭐라고 했는데??..그냥 못 들은 걸로 해"


"뭐라고 했나면... 이 열여덟 애기야 니가 내한테 해 준게 뭐 있는데.. 하고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어" "뭐 열여덟 애기?? 열여덟 애기가 뭐야??" "으이그 엄마는...이렇게 소통이 안 되어서야 열여덟///애기///야....모르겠어??" 아~~~하~~~~ 푸하하하 열..여..덟..애..기.. 이 얼마나 재미있고 기발한 언어전달인가..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곳에서 듣기 거북하고 표현 하기조차 민망한 단어들을 구사하며 싸우는 어른들을 보면서 열 세살 꼬맹이들은 눈을 찌푸렸고 저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한다는게 기특했다. 하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그 민망한 단어를 전달함에 있어서도 그대로 입에 담지 않고 포장을 해서 들려주는 고 참새입이 우찌나 귀엽던지.....^^ 그 언어의 발상에 한참을 웃었다. 푸하하하 열..여..덟..애..기.. 예전에 택시기사 아저씨가 했던 욕을 듣고 와서 나에게 전달 해 주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그 때는 뭐라고 했나면.... "엄마, 그 기사 아저씨가 이 호루라기 강아지 애기야 라고 했어" 호루라기 강아지애기 가 뭔 욕인지 아시겠는지...ㅋㅋ


코 끝 시리게 하는 낮은 체감온도의 주말 겨울저녁 딸애의 기발한 언어전달에 많이 웃고 또 따뜻함이 느껴져 훈훈하고 기분 좋았다. 딸애는 요즘 사춘기라서 그런지 맨 날 '짜증난다'를 입에 달고 산다. 말끝마다 '짜증나...아이 짜쯩나....' 그래서 요즘 나는 딸애를 짜롱이라고 부르는데... 오늘 쫑알거리는 모양새를 보니 사춘기도 잘 넘겨주리라는 믿음이 간다. 짜증내어도 내가 다 받아주마 울 귀여운 짜롱이...^^ 2009.12.06 / 린


지난 일요일 한가로운 시간 예전 끄적였던 글을 읽으며 혼자 피식피식 웃었습니다.^^ 지난간 그 때 생각도 나고 울 짜롱이 이야기 이다보니 저야 웃음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울친구님들은 어떠하실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어쨌거나 바쁘신 와중에라도 한 번 웃으시라고 먼지만 대충 털고 올려봅니다. 행복한 봄 되세요.^^ 꽃처럼 화 알 짝 웃으시고....^^